‘한국교회 쇠퇴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성장을 이어오던 한국교회가 쇠퇴하게 되면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 이른바 ‘이중직 목회자 현상’을 그 하나로 꼽으며 ‘한국교회의 쇠퇴’를 인류학적으로 분석한 세미나 강연이 있었다.
김재완 전도사(서울대 인류학과 석사, 총신대 신학과)는 고려대학교 베리타스포럼이 12일 서울 고려대학교 운초우선교유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교회, 이대로 사라지나요?-침몰하는 한국교회에 대한 인류학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 전도사는 “한국교회의 쇠퇴는 이미 급성장의 시기에서부터 예견되어 있었다”며 “한국교회의 성장은 ‘개교회주의’와 ‘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한국식 자본주의 정신을 추동한 원동력이었으며, 거기에는 눈부신 성공의 이야기만큼이나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는 무한하고 영원한 성장을 약속하고, 성화하고, 축복하는 방식으로 그 규모를 키워왔다”며 “여기서 이중직 목회자 현상은 한국교회 쇠퇴의 최전선으로서 한국교회 몽상과 파상의 이중적인 측면을 하나의 삶, 일상의 형태로 모두 포괄하고 있다. 달리 말해, 이중직 목회자 현상에 대한 분석은 ‘어떤 방식으로 성공하는 동시에 실패했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목회자가 배출되지만, 성장의 동력이 멈추어 이들이 사역할 교회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부교역자 시절을 거친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교회 개척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교회들은 곧 미자립교회가 된다. 이런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중직 목회자 현상’를 낳는다는 것.
김 전도사는 “이중직 목회자 정체성은 마치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의 정체성과 유사하다”며 “시편 137편에는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자의식과, 하나님께 잊혀진 것만 같은 비참함이 교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대인들이 포로가 된 것은 그들과 그들의 조상들이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중직 목회자들이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일터로 내몰린 생활을 하게 된 근본적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의 시기를 통과하던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도사는 “이와 같이 이중직 목회자들의 정체성 속에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부르심의 감각’ 그리고 ‘잊혀짐의 감각’이 교차한다”며 “이중직 목회자 정체성을 구성하는 양가적 감정들, 즉 희망·절망, 부르심·잊혀짐, 선택됨·버려짐, 몽상·파상, 명예·수치, 애환, 한스러움 등은 바벨론 포로라는 정체성과 공명하면서 목회자들의 삶 속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쇠퇴기로 접어든 한국교회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성장’에 매달리지 말고 어떻게 새로운 내일을 의미 있게 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베리타스포럼은 기독교 지성들을 초청해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는 행사다. 포스트모던 이후 과학만능주의, 이기주의, 배금주의에 경도되고 있는 21세기 청년 사회에 그리스도교적 진리를 변증하는 포럼이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1992년 시작된 이래로, 베리타스포럼은 북미와 유럽의 200여 대학에서 2천 번 이상 진행되어 세계적인 기독 지성 운동으로 자리잡았고, 한국에서는 2018년 고려대학교에서 시작해 5년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