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의 사망자가 나온 세월호 참사 8년 만에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그 사이 코로나19라는 재난에 지쳐 있던 국민들은 또다시 발생한 대규모 참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MZ'세대 중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은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대규모 재난에 노출됐다. 세월호 참사로 학우를 잃고,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는 등 연쇄적인 참사를 겪어 정신적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156명이 사망하고 191명이 다쳐 총 34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도 문제지만, 경찰의 부실 대응이 연일 드러나면서 경찰 및 정부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은 대부분이 20대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1997년생과 동년배다. 이에 재차 청년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반성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연쇄 참사를 겪은 당사자 세대가 겪는 좌절감과 공포다.
이들이 10대 후반이었던 2014년, 탑승객 476명을 싣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는 해상에서 침몰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있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과 구조에 대한 믿음으로 배 안에서 대기했지만, 325명 중 304명은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다.
이들 세대가 성인이 된 이후인 2020년부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이 재난은 전날 기준 2576만여명을 감염시키고, 2만931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3년 만에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는 첫 핼러윈 축제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300여명이 죽거나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 중에는 20대가 10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청소년기에 세월호 참사로 아픔을 겪고, 20대가 되자마자 또래가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를 다시 목격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허함과 무력감, 알 수 없는 공포감 등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모(27)씨는 "세월호 사건 이후 세상이 전혀 바뀌지 않은 것 같아 허탈함과 공허함이 컸다"고 말했다. 유채연(25)씨도 "개인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박준우(27)씨는 "내가 가보기도 했고, 어디인 줄 아는 이태원에서 (또래가) 150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계속 공포감이 들었다"며 "내가 아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었다는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참사는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달리, 일상적인 공간인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해 청년들의 충격과 불안, 공포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가 1995년부터 1999년 사이 태어난 2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태원 참사 관련 시민 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2%(203명)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정부 발표 또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현재 한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건수(27)씨는 "청년들이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면 (잘못된 점들을) 바꾸려는 사회적 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쟁을 겪은 세대처럼 참사를 겪은 세대도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재외상화 효과로 공황장애, 우울장애, 무력감 같은 것들이 다른 세대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귀 한국상담심리학회장은 "대학 같은 경우에도 상담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며 "상담사 숫자가 그렇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같이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