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일 교수 “제가 본 여해 강원용 목사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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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27일 ‘한신 목요강좌’서 발표
여해 강원용 목사 ©여해강원용사이버아카이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가 ‘한신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역사적 인물들을 돌아보는 ‘한신 목요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주인공은 송암 함태영 목사, 만우 송창근 목사, 장공 김재준 목사, 여해 강원용 목사, 늦봄 문익환 목사, 심원 안병무 박사로 모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의 근간을 이룬 인물들로 평가받고 있다. 목요강좌는 지난달 29일 시작돼, 오는 11월 10일까지 서울 한신대 신대원 컨벤션홀에서 진행된다.

27일 강좌에선 채수일 교수(한신대 석좌)가 ‘여해 강원용(1917-2006)과 한신,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故 강원용 목사의 일생과 신학 및 신앙을 조명했다.

우선 채 교수는 “‘한신을 만든 사람들’을 좁은 의미에서 이해한다면, 여해 강원용 목사님은 해방된 해인 1945년 12월 2일 기장의 대표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는 경동교회를 장공 김재준 목사님(1901~1987)을 모시고 시작해, 평생을 섬기셨다는 점, 1946년부터 1948년까지 조선신학교에서 공부하시고 졸업하신 후(한신 8회 졸업), 1949년(32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것,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는 점에서, 한신과 기장을 만드신 사람들 가운데 한 분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강원용 목사님은 그의 호, ‘여해’(如海)에 걸맞게 한신이나 기장이라는 범주 안에 가두어 둘 수 없을 만큼 생각과 활동이 넓은 분이었다”며 “기독학생운동 지도자, 에큐메니컬 운동의 선구자, 크리스천아카데미와 중간집단교육(교회사회, 산업사회, 농촌사회, 여성사회, 청년사회 등), 양극화 극복과 대화운동, 인간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아시아(ACRP)와 세계 종교인평화회의(WCRP)와 종교간 대화, 평화포럼 등 강원용 목사님이 하신 일들은 그 분을 어느 하나의 범주에 넣어 평가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채 교수는 고인의 삶에 대해 “진보와 보수, 에큐메니컬과 에반젤리컬, 교회와 사회, 기독교와 이웃종교, 정부와 재야, 한국과 세계 사이에서 대화의 다리를 놓는 일, 대립과 대결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요약하기도 했다.

그는 또 “강원용 목사님의 신학적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은 라인홀드 니버(1892~1971)다. 강 목사님은 니버에게서 기독교 현실주의(Christian Realism)를 배웠다”며 “그에게서 ‘비록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일 수 있어도,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것’, ‘사랑 없는 정의는 정의의 이름을 가진 불의이며, 정의 없는 사랑은 감상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웠기에, 강 목사님은 그리스도교적 구원을 결코 현실을 떠나, 인간의 육체성을 부정하는 이원론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강 목사님에게 세상과 교회, 영혼구원과 육체구원, 복음화와 인간화는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채수일 교수 ©기독일보 DB

채 교수는 “남의 비난이나 칭찬, 일신의 영욕에 구애되지 않고 극단의 시대에 ‘대화하는 실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의 한 분이셨던 이어령 선생님(1934~2022)이 말씀하셨듯이 ‘문화 전반에 대한 넓은 안목과 진보적 이념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레토릭에 있어서도 정확한 어휘, 품위 있는 문체, 논리적인 비판,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사로잡는 감동과 설득력’으로 ‘사람을 낚는 어부’, 그 분이 제가 본 여해 강원용 목사님이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여해 강원용 목사님을 ‘한신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 한 분으로 소환하는 것은 한신이 ‘사람을 낚는 어부’들을 길러내는 예언자 학교라는 것, 기장이 ‘소인배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교회와 세상에 증언하는 길을 찾기 위함”이라고 했다.

앞서 채 교수는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Anyway)라는 책을 쓴 켄트 케이스(Kent Keith)가 이 책에서 ‘소인배’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한 사람을 소인배로 평가하는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인생을 단기적으로 바라보는가, 장기적으로 보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소인배는 자신의 인생, 자기가 속한 조직,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뛰어넘어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지 못한다… 소인배는 자신의 지위나 안위, 편리함의 견지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에게 최선이면 가족이나 조직, 지역사회에서도 최선이라고 믿는다.’

한편, 앞으로의 목요강좌 일정과 주제 및 강사는 △11월 3일(문익환이 만든 역사의 길-신념, 민주, 통일), 심용환 소장(심용환역사교육연구소) △11월 10일(포스트세계화 시대 안병무 읽기), 김진호 이사(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