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후 변사체로… 히잡 불태우던 이란 10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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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저항… 히잡 시위 주도
10일(현지시간) BBC 페르시안에 따르면 실종 10일 만에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니카 사카라미가 9월20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대형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히잡을 태우는 영상이 공개됐다. ©BBC 영상 캡처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뒤 실종돼 10일 만에 의문사 한 이란의 10대 소녀가 히잡을 태우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란의 히잡 시위는 Z세대의 저항에서 촉발됐고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BBC 페르시안에 따르면 실종 10일 만에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니카 사카라미가 9월20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대형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히잡을 태우는 영상이 공개됐다.

그녀는 이후 경찰에 쫓기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실종됐다.

그녀의 어머니 나신은 정부가 니카의 죽음이 반정부 시위와 무관하다는 증거로 내세운 CCTV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자기 딸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어머니는 보안대가 딸을 살해했다고 고발했지만 정부 당국은 니카가 공사장 빌딩에서 인부에게 떠밀려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 이란 국영TV는 니카로 확인됐다며 10대 소녀가 골목길을 걸어와 한 건물로 들어가는 흐릿한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니카의 어머니는 비디오 속에 등장하는 소녀가 자기 딸이 아니라고 말했다. 니카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도 영상 속 여성의 걸음걸이가 니카와 다르다고 증언했다.

니카의 어머니는 자매인 아타시와 동생 모센이 경찰에게 끌려가 니카의 죽음과 관련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보안대가 4살 자짜리 아이까지 구속하겠다고 동생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모센은 지난 주 TV에 등장해 반정부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는데 카메라 뒤편에서 누군가 그에게 “그렇게 말해.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타시도 니카는 “건물에서 추락사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언한 뒤 이들은 풀려났다.

니카의 가족은 니카가 실종된 뒤 10일 만에 영안실에서 몇 초 동안 그녀의 얼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아타시는 혁명 수비대가 니카를 5일 동안 구금한 뒤 감옥으로 인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니카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서처럼 시위에 참가한 뒤 몇 시간 만에 실종됐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검은 옷차림의 소녀가 거리의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 불붙은 히잡을 흔들고 있다. 그녀 주변의 시위대는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다.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도 똑같은 장면을 담고 있다.

어머니는 “니카처럼 나도 어렸을 때 히잡을 강요하는데 반대했지만 우리 세대는 저항할 용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세대는 압제와 협박, 굴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 딸은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고 덧붙였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게 끌려갔던 마사 아미니(22)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Z세대(1997~2012년 생)‘가 주도하고 있다.

 하디스 나자피(22)는 지난 9월 21일 테헤란 서부 카라지에서 시위를 하던 중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또 다른 16세 소녀 사리나 에스마일자데 역시 같은 달 23일 카라지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보안군이 휘두른 지휘봉으로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한 뒤 사망했다.

’어린이인권보호 이란사회‘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어린이는 총 28명에 달한다.

/뉴시스

#히잡 #핍박 #Z세대 #이란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