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 누나, 누나의 장기기증 이야기를 읽고 눈물이 났어. 세상을 떠나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누나는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을 거야.”
본부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유학 당시 장기기증으로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린 제주 소녀 김유나 양(기증 당시 18세)의 이야기가 2022년 9월 우도초등학교 학생들의 마음을 울렸다. 낯설기만 한 장기기증에 같은 도민이었던 김유나 양이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기증인을 향한 편지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제주의 대표적인 부속 섬 우도는 성산포에서 북동쪽으로 3.8㎞ 떨어진 둘레 17㎞의 섬마을이다. 이곳의 유일한 초등 교육기관인 우도초등학교는 전교생 45명 규모의 작은 학교다.
본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나눔 및 존중교육을 진행해 이제까지 3만 8,000여 명의 아이에게 장기기증의 숭고한 가치와 나눔의 필요성에 대해 알려왔다. 그러나 이제까지 교육은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돼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까지 교육의 기회가 닿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특별히 올해 하반기에는 광동제약, 대신송촌문화재단,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후원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협조로 교육 책자 및 영상, 교구 등을 제작·배포해 제주 지역 최초로 25개교 4,3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생명나눔 및 존중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우도초등학교에 본부 교육 강사가 직접 방문하게 된 것.
이날 교육에는 우도초등학교의 1, 2학년 학생 12명, 5학년 학생 8명이 참여했다. 3교시 수업 시간에는 장기이식 과정을 심장의 여행으로 표현한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우리 몸속 장기의 위치 및 역할, 그리고 생명나눔의 의미 등을 학습했다.
이어진 4교시 수업에서는 자신의 심장 박동 느껴보기,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좋은 습관 약속하기 등의 활동을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웠다. 나아가 장기기증의 실제 사례를 만화로 읽고, 편지를 작성하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이해했다. 이 밖에도 자원봉사, 기부 등 다양한 나눔 활동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도 이어졌다.
교육에 참여한 1, 2학년 학생들 가운데는 ‘장기기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다며 놀라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또 5학년 학생들은 실제 장기기증 사례자로 소개된 김유나 양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했다고 본부는 전했다.
김 양은 제주 출신의 고등학생으로, 2016년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며 장기기증 및 인체조직기증으로 전 세계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인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작성 시간에 5학년 여지민 양은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세상을 떠난 유나 언니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언니를 통해 새 생명을 선물 받은 이식인들을 꼭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작성해 전달했다.
이번 교육을 진행한 본부 안시아 교육강사는 “미국, 유럽 등 장기기증 선진국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생명나눔 및 존중 교육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장기기증인 및 장기부전 환자들에 대한 공감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이 제주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후원한 광동제약 담당자는 “제주삼다수 도외 유통을 계기로 올해 11년째 제주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래의 주역인 제주 지역 어린이들이 생명과 나눔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은 3.2%로, 미국 62%와 옵트아웃 제도 등을 시행하는 유럽 국가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제주도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은 2.5% 수준으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부는 전했다. 옵트아웃 제도는 명시적으로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 희망자로 간주하는 제도다.
한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991년 창립돼 국내에서 최초로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현재 100만명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를 모집했으며 생존 시 신장기증 및 뇌사 시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을 통해 3000여 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전했다.
이 밖에도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생명존중 교육을 진행하며,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예우 프로그램 진행 및 혈액투석 환자들을 위한 시설인 ‘제주 라파의 집’ 등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