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 의문자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국내외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으로 이란 정부에 저항하고 시위대에 연대를 표시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은 5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이란 10대 소녀들이 준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를 향해 야유를 보내면서 당국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유명 여성 50여명 머리카락 자르기 영상 촬영…시위 동참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종교 경찰에 체포된 뒤 사망한 것과 관련, 프랑스 여성 유명 인사 50여명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들 중에는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도 여럿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쥘리에트 비노슈, 마리옹 꼬띠아르, 이자벨 아자니, 이자벨 위페르 등이다. 영국 태생의 가수 제인 버킨과 그녀의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도 동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부인 쥘리 가예트도 자유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 모음의 배경에는 간돔이라는 젊은 이란 가수가 부른 이탈리아 민요 벨라 차오의 페르시아어 버전이 깔렸다. 벨라 차오는 19세기 후반 논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고난에서 유래됐다. 이후 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저항 운동가들의 노래가 되었다. 벨라 차오는 자유와 저항의 노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5일 아침, 인스타그램에 #soutienfemmesiran(이란 여성을 지지한다)와 #HairforFreedom(자유를 위한 머리)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기재되었다. 이는 트위터에도 게시됐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영상에서는 "이 끔찍한 탄압을 계속해서 비난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망자는 어린이를 포함해 이미 수십 명에 달한다. 당국이 체포를 강행하는 것은 이미 불법으로 구금되어 자주 고문 당하는 수감자들의 수를 증가시킬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맞서기로 했다"라는 문구도 함께 추가되어 있었다.
아비르 알살라니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 4일 연단에서 연설 도중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로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AXXI) 역시 관람객들을 상대로 이탈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에 보낼 머리카락을 모으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리로 나와 히잡을 불태우고 경찰들에 맞섰다. 시위는 지난 9월 16일, 22세 쿠르드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비롯한 이란의 엄격한 복장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뒤 3일 만에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이란 여고생들,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에 야유하며 저항
공개된 영상에서 10대 학생들은 히잡을 허공에 흔들면서 바시즈 대원에게 "저리 꺼져, 바시즈"라고 외치고 있다.
바시즈는 마하사 아미니의 구금 중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를 진입하는 보안군을 도왔다.
소셜 미디어상에 유포된 다른 영상에서는 이란 북서부에 위치한 사난다지에서 소녀 몇 명이 교통 체증을 뚫고 걷자 한 남성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거리에서 시위 중인 히잡을 쓰지 않은 여학생들이 "자유, 자유, 자유"를 외치자 나이 든 여성이 손뼉을 치는 장면도 있다.
이란의 유세프 누리 교육부 장관은 적들이 학교와 대학을 목표로 하여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무함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당국이 인터넷에 노출되어 "덫에 걸린" 젊은 이란인들의 시위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인근 도시 카라즈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영상에서 사복을 입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보안군으로 예상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10대 여고생들은 또 교실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초상화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