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북송사건, 기만과 선동에 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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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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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조총련의 북송재일교포들에 대한 인권유린 워크숍’ 열려
(왼쪽부터) 강철환·가와사키 에이코 대표, 안찬일 이사장, 김덕영 감독, 리소라 사무국장 ©노형구 기자

제19회 북한자유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인 ‘북한과 조총련의 북송재일교포들에 대한 인권유린 워크숍’이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실이 주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재일동포 북송사건은 1959년부터 84년까지 9만 3,339명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일본에서 폭압적 체제인 북한으로 대량 이주된 사건”이라며 “북송 재일동포의 98%는 남한 지역 출신이고, 이 가운데 일본 국적자는 6,730명, 일본인 처는 1,830명”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정말 재일동포들이 북송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는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당시 이들의 북송을 부추긴 기만과 거짓이 분명 존재했다”고 했다.

그는 “1949년 일본 정치인 요시다 시게루는 ‘재일 조선인을 한꺼번에 한국으로 강제송환 할 권한을 일본 정부에 달라’, 1952년 요시다 내각은 ‘악질 조선인 강제 송환 강화, 위험분자, 사회주의자, 범죄자 추방, 재일 조선인 추방이 일본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선전했다”고 했다.

또 “59년을 기점으로 북한에선 중국 지원병 30만 명의 철수가 예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노동력의 대폭 감소를 직면한 북한은 외부에서 노동력을 충원해야 했다”며 “아울러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은 재일동포 북송사업을 인도주의로 포장한다면, 북한에 대한 이미지 세탁을 꾀하면서 북한 사회의 우월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남한 내 좌익 세력을 강화시키고자 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에 1957년 일본 조총련도 ‘북한, 지상낙원으로 가자’는 홍보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무료 주택, 무상 의료, 무료 교육, 식량·직장 전폭 제공’ 등 대대적인 선동 선전 정책을 펼쳤고, 이러한 인식이 재일동포 학생을 중심으로 확산돼 갔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재일동포들의 북송에 대한 자발적 의사를 확인했는가 여부”라며 “적십자사는 ▲특별식 설치 ▲일대일 면접 ▲외부인 배제 원칙을 고수해야 하나 모두 배제한 채 재일동포들의 북송사업을 이행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속임과 기만으로 개인의 인권이 처참히 짓밟힌 채 북송사업이 진행된 것”이라며 “이처럼 일본 지식인 계층·북한과 일본·일본 적십자사 단체의 합작에 따른 기만으로 재일동포들은 북송된 것으로 당시 재일북송을 위한 행정창구는 3,655개나 개설되기도 했다”고 했다.

17살 때 재일교포로서 북송돼 2003년 탈북한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당시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다 북한은 지상낙원설에 속아 재일동포 북송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며 “북송 재일동포들은 북한 사회에서 온갖 차별을 당했다. 내가 아는 북송 재일동포 다수는 스파이 취급을 받으며 아무 때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다. 그곳은 사람보다 못한 짐승취급을 받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이렇게 계속 살 수 없다고 생각해 2003년 탈북했고, 이후 범죄 대상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 하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고 했다.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북송 재일동포 NGO ‘모두 모이자’에 따르면, 2015년 일본변호사협회에 ‘북송재일교포 인권구제신청서’를 제출했고, 2018년 국재사법재판소(ICC)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북한계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당시 위원장을 제소했다.

이어 2020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 이어 올해 3월 기각됐고 이후 고등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다.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어떠한 독재자라 해도 한 사람의 자유를 짓밟을 권리가 없기에 김정은 위원장을 단독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들은 일체히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올해 3월 도쿄지방법원에서 기각된 사실만 부각해 보도했지만,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 재일동포 북송사건을 당시 거짓과 기만으로 행해진 범죄로 적시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녀는 또 “당시 판결에선 공소시효 만료로 북송 재일동포들이 손해배상금 1억엔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 주장하고 싶은 바는 인권문제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북송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나 탈북해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리소라 재일NGO ‘모두 모이자’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북송재일동포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적대계층에 이어 최하급 계층인 동요계층으로 분류된다. 동요계층에서도 해외 연고자·국군포로·월남자 가족 다음으로 북송 재일동포가 맨 뒤 계급에 자리하고 있다”며 “일부 조총련계 북송재일동포들은 10년 주기로 스파이로 낙힌찍혀 정치범수용소에서 처형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녀는 “북한에서 제일 낮은 계층에 위치한 북송재일동포들은 차별과 멸시 등을 자주 겪었다”며 “저는 북송재일동포로서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더 받아서, 결국 북한사회에서 살기란 너무나 숨이 막혀 탈북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탈북한 후 일본에서 재일NGO ‘모두 모이자’에 소속돼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올해 3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북송재일동포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일본도쿄지방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이 재판은 분명 재일동포 북송사업이 거짓과 기만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판시했다”고 했다.

특히 “이 재판은 일본 조총련 단체의 재일동포 북송사업에 대한 개입도 명시하면서 조총련 단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조총련이 북한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한데 조총련을 약화시키면 북한에도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일본 정부와 지식인들은 조총련과 함께 재일조선인을 상대로 북한 지상낙원설을 선전하며 북송을 선택하도록 부추겼으나 결국 북한에 도착한 후 처절한 지옥임을 깨달았다”며 “일본 조총련은 같은 동포이나 우리 재일동포들을 철저히 속여 북송에 동참했다. 조총련이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우리와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녀에 따르면, 재일NGO 단체 ‘모두 모이자’는 북송사업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보존·기록 활동인 ‘니이카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리소라 사무국장은 “유엔은 2014년 일본 자국민 납북 사건과 재일동포 북송사건을 동일한 납치문제로 규정했다”며 “일본 정부는 한일 간 우호관계 증진과 세계평화 구축를 위해 일본 납북자 사건과 재일동포 북송 사건을 규명하는데 적극 동참해달라”고 했다.

북송재일교포 2세로 이후 탈북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일본에서 폭압적 사회인 북한으로 재일동포들이 넘겨졌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라고 했다.

이어 “조총련계 출신인 저의 조부모는 북송사업을 적극 선전하셨고 자신을 비롯한 재일동포 40명과 함께 북송을 선택했다”며 “북송사건 이후 저의 조부모 등 일부 조총련계 인사들은 간첩으로 몰려 요덕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고, 거기엔 북송재일교포 약 5천명이 수감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한 이후 일본 조총련 사무실로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그들은 결단코 사과하지 않았다”며 “국제사회는 북송재일교포 사건을 북한 인권의 문제로 포함시켜 적극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강 대표는 “약 10만 명에 이르는 북송재일교포 사건은 당시 북한정권과 조총련, 그리고 일본 언론 등이 ‘북한은 지상낙원설’ 등을 적극 유포해 벌어진 기만과 사기합작의 결과물”이라며 “대한민국과 일본은 일본 자국민 납북 문제와 함께 북송재일교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 노력하고, 나아가 적극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유 동맹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 문제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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