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한국개혁신학회 장신대 성서연구원 국제학술심포지엄이 3일 장로회신학대학교대학원(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김은득 박사(한국성서대, 조직신학 강사)가 ‘공공신학자로서 아브라함 카이퍼: 신칼빈주의 강연’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로널드 띠먼은 공공신학을 기독교 공동체가 살아가는 더 넓은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기독교적 가치와 신념들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신앙으로 정의한다. 이처럼 아브라함 카이퍼는 그의 저작에서 삶의 영역들에 대한 삼위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한 것처럼, 카이퍼가 스스로를 공공신학자라고 명칭한 적이 없을지라도, 그는 위 정의에 걸 맞는 공공신학자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카이퍼는 자신의 저작 칼빈주의 강연에서 ‘구원론적으로 이신칭의가 아니라 가장 넓은 의미에서 우주론적으로 가시적이거나 불가시적인 모든 영역의 전체 우주를 다스리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권’을 명시했다. 이처럼 그는 칼빈주의 원칙이 기독교 공동체를 넘어 더 넓은 사회적 공적 영역들로 나아가게끔 유도한다”고 했다.
특히 “카이퍼는 예정 교리의 핵심이 하나님과의 직접적 교제에 있으며 그럴 때 신자의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왜냐면 하나님과 신자 사이 하나의 유형적 제도로서 교회를 중간 고리의 매개로 두는 로마 가톨릭과 달리, 예정 교리를 고백하는 칼빈주의 신자는 하나님과 직접 교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이퍼는 이런 양심의 자유로부터 예정 교리와 정치적 자유의 상관성을 강조했다. 왜냐면 정치적 자유의 핵심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예정 교리를 신봉하는 칼빈주의자들은 네덜란드, 잉글랜드, 그리고 미국에서 양심의 자유를 위해 역사 속에서 일어섰다. 때문에 카이퍼는 칼빈주의와 그 예정 교리로부터 기인한 하나님과의 교제를 신자의 양심의 자유로, 그리고 더 나아가 정치사회적 자유로 연결시킨다. 칼빈주의는 하나님 앞에 모든 인간이 동등한 죄인이므로 평등함을 강조했고, 이는 민주주의 정치 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했다.
아울러 “중세 기독교 세계관은 ‘세계는 서로 대립하여 하나는 성화되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저주 아래 있다’는 로마 카톨릭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기초를 뒀고, 전체 사회 생활을 교회의 날개 아래 두려고 했다”며 “이와 달리 카이퍼는 ‘칼빈주의는 세상도 하나님의 피조물로 존중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세상 생활을 유지하시면서 세상에 임한 저주를 완화하고 부패 과정을 붙들고, 그리하여 창조주로서 자신을 영화롭게 할 목적으로 우리 생활의 자유로운 개발을 허용하고 베푸시는 일반 은혜가 있다는 위대한 원리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제도적 교회의 보호를 받도록 하려는 로마 카톨릭의 교직제와 달리, 카이퍼는 유기적 교회론을 제시하면서 교회의 지배 아래 있던 세상을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그 세상에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그래서 카이퍼는 칼빈주의 강연에서 중세 기독교 이후 칼빈주의의 영향에 따라 ‘무역과 상업은 자유롭게 자신의 힘을 실현했고 예술과 학문은 교회의 모든 속박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힘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특히 “카이퍼는 칼빈주의가 정치적 영역에서 인민 주권이나 국가 주권이 아닌 제 3의 대안으로서 신적 주권에 기초한 입헌 정부에 대한 관점을 제공했다고 했다”며 “가령 카이퍼는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인민 주권이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과 같은 권리 보호엔 유용하지만, 혁명 당시 일어난 수 많은 단두대 사건들처럼, 대중으로 하여금 계속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인민주권 사상은 하나님이 죄 때문에 행정관을 세우셨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반면 “독일 철학적 범신론의 산물인 국가 주권은 국가를 신비한 존재로 간주하여 국가가 스스로 계시하며 자신의 주권을 주장하는데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이 국가의 의지에 복종해야만 한다”며 “때문에 카이퍼는 사실상 하나님이 된 국가는 아시아의 독재, 스페인 필립이나 나폴레옹 같은 절대권력자나 독재자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카이퍼는 이런 양극단을 회피하면서 제 3의 길로서 신적 주권에 기반한 국가 권력 형태를 지지한다. 대중이나 국가 권력 모두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권력은 하나님에게서 나와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카이퍼는 대중과 권력 모두가 서로를 상호 통제하며 협력하는 공화정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카이퍼는 신적주권을 인정하는 칼빈주의 세계에서 일어난 세 가지 대혁명으로 화란의 오라녀 빌럼 3세의 출현, 영국의 명예 혁명, 미국의 독립을 제시했다. 그는 개개인과 사회적 기관들의 자유를 증진시키는데 충분하면서도, 이런 개개인과 기관들은 하나님의 공적 정의를 행할 수 있는 형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다만 “카이퍼는 국가로부터 제도적으로 자유로운 교회를 추구하나, 교회가 국가의 정치 참여에 적극 참여하면서 일상 영역에서 하나님의 공공선을 이루는 유기적 교회론을 제시했다”며 “그리하여 카이퍼는 하나님 앞에서 인간 모두가 죄인으로서 동등하기에 평등하고, 모두가 하나님과 직접 교제를 누리는 신자로서 양심의 자유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한 정치적 자유의 보장을 강조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는 하나님의 주권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통치는 각 영역으로 위임된 하나님의 주권이 정치적 영역에선 입헌 정부론 형태로 행사해야 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통치조직, 그리고 교회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자유로우면서도, 하나님의 주권에 따른 정의 실현을 위해 서로에 대한 감시와 비판 시스템을 구축해 권력 견제를 이룬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움에선 권혁성 목사가 ‘조금 더 가는 사람들’(마 5:41-42)을 설교했고, 신성윤 박사(이스라엘, Israel College of the Bible)가 ‘외치는 자의 소리인가, 광야에서 외치는자의 소리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장석조 박사(서울성경신대원)가 ‘행 13:23-39에 나타난 기독론’, 유용승(장로회신학대)이 ‘A Study of πρόβατον in Q, Matthew, and Luke’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