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몬 유엔 보고관 “북한 인권 문제, 지속 제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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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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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 2일 기자회견… “평화·인권, 상호 배타적 아냐”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지난 8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엘리자베스 살몬(Elizabeth Salmon) 신임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2일 서울 중구 소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달 29일 방한했고 3일 돌아갈 예정이다.

살몬 보고관은 이날까지 하나원 방문에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과 면담했고, 3일엔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수 공무원 故 이대준 씨 유가족과 만날 예정이다. 그녀는 방한 일정을 마치는 대로 오는 10월 말 열릴 제77차 유엔 총회에 북한의 인권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임 보고관들은 유엔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중국 정부가 관내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줄기차게 촉구했으나, 중국은 탈북자들을 불법적인 이주민으로 규정하면서 강제북송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어려운 난제이지만 중국 당국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어민 2명에 대한 강제북송에 대해서도 “어떤 탈북자이든 강제북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우려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 등에 따라, 어떤 정부 기관이든 고문·살해 등 신변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강제송환하는 것을 금지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왜냐하면 유엔이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강제송환된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고문 등 각종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몬 보고관은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3월부터 발효된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주장이 얽혀 있어 복잡한 사안”이라며 “북한 군의 전단을 향한 포격에 따라 제기되는 접경주민의 위협 가능성은 충분히 우려된다”고 했다.

그녀는 "한편으론 국제인권법 등에 따라, 시민단체사회들이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다른 여러 권리와 충돌될 경우 그 표현의 권리는 제약될 수 있다. 그것이 안전·안보 등의 문제라도 해당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의) 이 활동도 대북전단금지법을 통해 제약을 한다면 필요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과 더불어 조항을 어겼을 경우, 비례성의 원칙에도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문제를 살펴보지 않아서 명확한 답변은 어렵지만, 관련 이슈가 발생한다면 해당 법안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발표한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유엔사무총장 총회 보고서’와 관련해선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 실태를 기록한 이 보고서는 매우 잘 작성됐고, 특히 정의실현 부분에서 많은 언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이 코로나19 통제 조치로 정보 접근권 등 주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억압을 한층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감시·처벌 등의 수단을 통해 주민 사이에 불신을 증폭시켜, 집단적 의지 발현이나 새로운 문화의 유입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인권탄압을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범수용소 등을 통해 주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통치 제제를 유지하면서, 이로 인해 심각한 인권 유린이 발생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관련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책임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노형구 기자

살몬 보고관은 “북한 내 어떤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졌는지 그 기억을 보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페루 진실화해규명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저는 무엇보다 인권유린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 경험이 기억되길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권은 정치화돼선 안 된다”며 탈북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신매매 등을 두고 “향후 활동은 북한 내 여성과 아동들의 권리 증진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북한 내 여성들의 인권유린과 폭력에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보고서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2일 북한이 그녀의 방한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이지만, 그럼에도 북한인권보고서를 제출한 것 자체가 큰 성과”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핵 등과 별개의 문제로 지속적으로 제기돼야 하고, 평화·인권의 문제는 상호 배타적인 이슈가 아니기에, 북한 정권의 협조는 계속 돼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기자단 질의응답에 앞서 발표한 방한 보고에 대해 “방한 중 만난 한 북한 이탈자는 2021년 초 북한의 물건 가격이 약 7배나 올랐다고 했다”며 “코로나19 이전에도 북한 주민 약 40%가 식량 불안정을 겪기도 했는데,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부터 국경선을 폐쇄하면서 여성들의 상행위가 상당부분 감소한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소득원 감소로 인한 식량 부족으로 아동들의 발육부진 등의 문제에 봉착했다”며 “그럼에도 북한이 외부세계에 대한 개방을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주민들의 어려움을 반영해 유엔의 인권 향상 권고안을 반영하는 등 우리와 적극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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