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회장 배광식 목사)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소강석 목사)가 선거규정 위반 혐의로 피고발됐던 오정호 목사(서대전노회 새로남교회)를 부총회장 선거 후보로 확정한 배경에는, 상대 후보인 한기승 목사(전남제일노회 광주중앙교회)의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사는 최근 교단 총대들을 대상으로 쓴 글에서 “총대들의 투표를 통해 객관적인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 그리고 그 선거 결과에 순복하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1일 전체회의를 갖고 오 목사를 후보로 확정했다. 그 동안 오 목사의 피고발 내용을 심의해온 선관위가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선관위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 목사도 앞선 글에서 “제 개인만 생각하면 사법에 가처분을 제기할 수도 있고 선거를 거부할 수 있다. 저는 우리 총회가 법과 원칙에 의해서 공의로운 총회가 되기를 열망하는 목사님 장로님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총회의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고 교단의 화합과 미래를 생각하여 고심중인 선거관리 위원장님과 선관위원들이 법 보다는 정치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려고 하는 마음을 알기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정한 대로 저는 기꺼이 따르겠다”고 했다.
한 목사는 차기(제107회) 부총회장 선거와 관련해 교단 안팎에서 나오는 일부 반응에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총총과 특정 단체는 성골, 지방신학교 출신과 개혁 출신 등은 진골로 취급하여 세상에서도 없는 골품주의가 우리 교단에 버젓이 살아있는 것은 뿌리 깊은 악습이고 슬픈 일”이라고 했다.
한 목사가 언급한 ‘총총’은 소위 교단 내 총신대학교 출신 목회자를 말한다. 예장 합동 측과 개혁 측은 1979년 분열됐다가 26년 만인 지난 2005년 제90회 정기총회에서 교단을 합쳤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양 측을 구분하는 시선이 교단 내에 존재하는데, ‘총총’은 이런 분위기를 대표하는 말들 중 하나다. 기존 합동 측 신학교로서 총신대가 갖는 상징성을 내세운 말이다. 오 목사는 기존 합동 측, 한 목사는 개혁 측 출신이다.
한 목사는 “이런 패습의 프레임으로 개혁 출신은 총회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술수, 비방, 유언비어, 무고한 음해 등은 저 개인을 넘어 거룩한 총회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리총회 선거가 왜 이래야 하는지 기도원에 가서 많은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상처와 갈등과 고민과 아픔이 3~4kg의 체중을 앗아 갔다”고 했다.
한편 오 목사의 후보 자격도 확정됨에 따라 예장 합동 제107회 총회 부총회장 선거는 오 목사와 한 목사의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합동 측은 오는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주다산교회(담임 권순웅 목사)에서 제107회 총회를 갖는다. 선거는 총회 첫 날인 19일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