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교리와 부흥 콘퍼런스’가 ‘존 칼빈의 설교와 목양’이라는 주제로 29-30일 서울시 구로구 소재 예수비전교회(담임 도지원 목사)에서 열린다.
컨퍼런스 첫째 날인 29일, 먼저 도지원 목사가 ‘존 칼빈의 설교와 목양’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도 목사는 “종교개혁에서 설교는 핵심주제였다. 종교개혁은 설교로 삶을 개혁하는 기치를 내걸었다. 당시 카톨릭 교구 성직자나 사제들은 설교하지 않았고, 탁발수도사들이 했다. 종교개혁 이전 사제들은 그저 종교의식만 거행했을 뿐”이라며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를 목회자의 근본적인 의무라고 간주했다. 이 가운데 설교를 강조한 칼빈은 원고를 쓰지 않고 즉흥으로 설교했는데, 이유는 원고를 쓸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도 목사는 “칼빈의 설교 준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자기가 설교하는 말씀에 복종하는 자세”라며 “즉 회중뿐만 아니라 설교자 자신에게도 설교한다는 의미로 ‘우리’라는 대명사를 사용했다. 파커는 이에 대해 칼빈이 ‘만일 설교자가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힘써 따르지 않는다면 강단에 오르면서 목이 부려져 죽는 것이 낫다’고 했다고 한다(Parker, 『하나님의 대언자: T. H. L. 파커가 전하는 칼빈의 설교론』)”고 했다.
또한 “칼빈은 설교할 때 문장의 간결함을 강조했다. 칼빈은 현학적인 말투를 피하고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칼빈은 하나님께서 회중에게 말씀하시듯이 진지하게 설교했다”며 “설교란 하나님이 나를 통해서 지금 회중들에게 말씀하시는 현장이기에, 칼빈의 설교는 진중한 것이었고 자신의 사적인 얘기를 곁들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칼빈은 설교에서 삶의 적용을 강조했다. 즉 성경 해석은 적용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에 말씀을 가르치고 설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성도들의 삶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강력히 권고했다”고 했다.
도 목사에 따르면 이에 대해 신학자 데커는 “성경말씀과 설교자의 말씀을 동등하다고 주장했던 루터와는 달리, 칼빈은 설교는 기록된 말씀을 풀어 해석하는 것으로써의 권위만 갖되 성령께서 설교자와 청중들을 다 감동하실 때만이 설교가 구속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중간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설교자는 반드시 설교를 전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유순한 성령의 도구로 있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고 했다.
또한 “칼빈은 진짜 개혁이 성도의 삶의 행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술 먹고 방탕한 신자들이 버젓이 예배당에 오기도 했는데 당회는 그런 사람들을 불러 권징을 했다. 이를 토대로 칼빈은 출교권을 세상권력으로부터 교회로 이관시키는데 성공했으며, 1541년 ‘콩시스투아르’라는 종교법원을 설립하면서, 제네바에서의 종교개혁에 큰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의 권징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성도들의 삶은 잘 바뀌지 않으며, 일상에서의 삶은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진 경향도 있다”며 “펜데믹 기간 동안 대면예배 제한을 두고 정부의 교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교회의 강력한 권징권이 사라진 결과, 성도들의 신앙과 삶의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교회에 예배와 관련해 자치권을 맡겨둘 수 없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인섭 교수(총신대 역사신학)는 ‘칼빈의 하나님 나라 신학: 현대인을 위한 목양의 큰 그림’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칼빈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해석은 중생하게 하는 성령에 의한 교회의 성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칼빈이 이사야서 주석(1551)에서 마태복음 13장의 가라지 비유를 해석하면서 “하나님의 교회는 시련과 도전을 받아왔지만 ‘이미’와 ‘아직’의 긴장 속에서 결국은 종말론적인 성취의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부흥할 것”이라고 했다며 마태복음 주석(1555)에서도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나그네’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그네들은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종말론적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칼빈은 하나님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인한 죄사함에서 출발하며, 여러 불완전함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성령에 의한 중생의 사역과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성도들의 삶을 통해서, 종말론적 시점까지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긍정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칼빈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해석을 그리스도의 왕국의 확산과 교회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가 우리 심령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복음주의자들처럼 사회 개혁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사회, 개인 전체를 아우른다고 했다”며 “즉 칼빈은 자신의 영적인 삶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 등 사회구조에도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그리스도의 말씀에 지배받는 삶을 살도록 성도들에게 강조한 것이다. 그럴 때 하나님 나라는 역사 가운데 끝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또 칼빈이 국가 통치를 두고 자신의 책 ‘기독교강요’에서 “국가 통치에 지정된 목적은 우리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동안 하나님께 대한 외적인 예배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건전한 교리와 교회의 지위를 보호하며, 우리의 생활을 인간 사회에 적응시키며, 우리의 행위를 사회 정의와 일치하도록 인도하며, 우리가 서로 화해하게 하여, 전체적인 평화와 평온을 증진케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안 교수는 “기독교강요 저술 시기 전후로 당시 1550년대부터 프랑스에선 로마 가톨릭 교회가 국가의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개신교도들을 화형시키는 등 박해를 가하기 시작했다”며 “때문에 칼빈은 국가가 예배를 보호하기보다 성도들을 박해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위와 같은 글을 썼다. 그의 초점은 ‘정교일치’가 아니라 성도들을 국가의 박해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양적 신학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칼빈은 그리스도의 주권이 세상 속에서 다스리고 통치한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이슬람 샤리아 법, 중세 로마 카톨릭처럼 정치권력과 교회의 혼합적 형태를 배격했고, 세상 또한 마틴 루터의 주장대로 자연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중립적 가치를 지향하는 곳이 아니며, 하나님 나라에 적대적 가치를 지닌 곳이기에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가라지처럼 마지막 종말의 날 불에 태워질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1550년대 네덜란드에선 신학자 코른헤르트가 로마 카톨릭의 박해를 받은 개신교도들을 조롱하면서 이미 예수의 보혈로 죄 사함 받았기에 로마 카톨릭의 미사집전을 적당히 드리는 타협을 할 것을 주장했다”며 “이를 반대한 칼빈은 성도들이 영혼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개신교도들은 10년 뒤 네덜란드에서 성당의 ‘성상 제거 운동’을 벌이며 국가 권력과 결탁한 로마카톨릭 세력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내적 삶뿐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칼빈의 주장을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면 교회와 사회를 따로 분리한 신앙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오직 그리스도의 말씀이 지배하는 삶을 살아내라고 칼빈은 말하고 있다”며 “그리고 칼빈은 하나님 나라가 유대인·헬라인·남자·여자·종·자유인 등의 구별 없이 그리스도가 전부이고,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 위에 다스리는 나라로 주장했다”고 했다.
이처럼 “칼빈은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교회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세상을 다스리고 통치하고 지배하면서 세상적 가치를 이기는 하나님 나라를 강조했다”며 “그러나 칼빈은 국가 무용론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유형의 교회는 국가적 기반 위에서 성립되는 것이기에 국가에 순종하면서, 통치자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자신의 욕심에 따라 다스릴 것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를 잘 드러내도록 정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즉 통치자는 하나님의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시민의 안녕과 평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며 “칼빈은 만일 위정자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정치하지 않을 땐, 하급 통치자들과 시민들이 그러한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하나님나라에 대한 해석의 주요한 관점은 주기도문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뤄지도록 기원하는 내용’이다”라고 했다.
안 교수는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하겠지만 이미 시작한 하나님 나라는 종말론적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교회는 세상의 도전 앞에서 중단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종말을 향해 계속 전진해왔다. 칼빈은 하나님 나라의 이중통치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죄 사함으로 펼쳐진 하나님 나라의 내적 통치는 점점 인간사회와 창조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했다.
결국 “한국교회는 온전한 성도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의 직업이 공무원, 직장인 이든 상관없이 세상적 가치가 아닌, 하나님 나라에 입각해 일상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묵묵히 살아내는 성도를 양육하는 일”이라며 “또 교회는 국가에 복종해야 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국가의 통치에 대해선 저항할 수 있으며, 하나님은 전 우주를 다스리며 당신의 뜻대로 섭리하시고 통치하시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는 패배하지 않고 종말론적으로 반드시 도래할 것”라고 했다.
그는 “현대 교회는 국가의 다양하고도 간접적인 박해로 올바른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된다면 평신도·신학자 그룹들이 협력해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 ‘YES’ 할 수 없다. 그렇게 한다면, 15세기 네덜란드 개신교도들을 회유하기 위해 네덜란드 신학자 코른헤르트이 펼친 주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