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1세 이상 교인 2명 중 1명은 교회 직분에서 은퇴한 후에도 계속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교인을 위해 교회가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건강 관리’가 가장 많이 꼽혔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아드폰테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5일 오후 서울 연동교회 가나의집 4층 아가페홀에서 ‘고령 교인의 신앙생활 및 인식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당 조사는 만 65세 이상 고령 교인 2,045명(26개 교회)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28일까지 실시했던 것이다.
◆ 희망하는 고령 교인 프로그램 1위는 ‘건강 관리’
조사 결과 대상자 2,045명 중 만 71세 이상 교인 1,115명의 절반(50.3%)은 교회 직분에서 은퇴한 후에도 계속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교회에서 일을 할만큼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된다’ 40.2%, △‘교회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싶다’ 39.6%, △‘평신도 선교사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13.5% 순이었다.
또 전체 응답자 2,045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고령 교인 프로그램’(1+2순위)을 묻자 가장 많은 50.7%가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꼽았다. ‘개인적 관심사’(1+2순위)에 대한 조사에서도 ‘본인 및 가족의 건강’을 꼽은 비율이 73.2%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족한다’(약간+매우)는 비율은 26.8%에 그쳤다.
이 밖에 희망하는 프로그램은 △‘노년 생활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 41.9% △‘신앙생활 및 영성 프로그램’ 38.9% △‘신체활동 프로그램’ 22.2% △‘유적지·명승지 관광’ 11.6% △‘지역사회 봉사활동’ 11.2% △‘공연, 전시회 등 문화활동 참관’ 9.4% 순으로 꼽혔다.
◆ 나이 들수록 ‘구원·영생’이 중요한 신앙생활 이유
고령 교인들은 대부분(60.0%) ‘구원·영생을 위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신앙생활을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2.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20~30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구원·영생을 위해’ 신앙생활을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32.6%였고, 50~60대 700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그 비율이 49.9%였다. 고령으로 갈수록 ‘구원’과 ‘영생’이 중요한 신앙생활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20~30대 및 50~60대 데이터 출처는 한국교회탐구센터 조사-편집자 주).
이번 조사 응답자들의 52.2%는 “나이가 들면서 신앙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별로 차이가 없다” 30.5%, “신앙이 더 약해지는 것 같다”는 15.6%였다.
고령 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신앙생활의 비율은 △예배 참석(97.0%) △성경 읽기 및 기도(88.4%) △교회에서 교제와 친교(77.1%) △교회에서의 봉사활동(44.4%) △교회 박에서의 봉상활동(26.7%) 순이었다.
◆ 고령 교인들이 교회에서 겪는 어려움은?
고령 교인들의 38.1%(‘약간+매우 그렇다’ 비율, 4점 척도, 이하 동일)는 “교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또 22.1%는 “교회에서 나에 대해 관심이 멀어지는 것 같다”, 14.6%는 “교회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교회가 고령 교인들을 어떻게 인식해주길 바라는지’ 묻자 가장 많은 55.9%가 “그냥 교인 중 한 명”으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교회 사역의 동역자” 26.7% △“잘 모르겠다” 7.9% △“돌봄의 대상” 6.1% 순이었다.
◆ “모세가 80세에 사명 왕성하게 감당했듯이”
김지철 목사(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 목회데이터연구소 운영위원장)는 이날 세미나 인사말에서 “2019년 예장 통합 교세 통계에 따르면 세례교인 가운데 60대 이상 비율이 22.9%였다. 그런데 실제 출석 숫자로 보면 아마 이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며 ”교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모 교회는 무려 출석 교인의 절반이 60대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고령세대가 교회의 주력세대가 되었고, 고령 교인들이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한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그런데 교회들은 줄어드는 젊은세대에 주로 목회적 관심을 두고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 이미 교회의 대세가 된 고령세대를 위한 목회 사역은 돌봄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노인목회 현황 및 발전적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손의성 교수(배제대 기독교사회복지학과)는 ”‘직분 은퇴 후 교회 역할 변화에 대한 인식’에 대한 질문에서 ‘나는 건강이 허락되는 한 교회에서 주어진 사역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응답이 50.3%로 나타났으며, ‘은퇴를 했더라도 교회 정책에 참여하고 싶다’ 39.6%, ‘아직 교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40.2%로 나타났다”며 “은퇴 후에도 여전히 교회 정책 결정이나 사역에 참여할 의향이 약 40% 이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교회 사역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따라서 교회는 고령 교인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지 않아야 하며, 다양한 활동에 본인의 건강수준이나 역량 및 달란트에 따라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한국교회는 여전히 부정적인 노인의 이미지에 기초하여 노인을 의존적이고 나약한 존재로만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과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모세가 80세에 하나님의 사명을 왕성하게 감당했던 것처럼 교회의 노년목회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성공적 노화를 위한 자질과 여건을 조성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가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손 교수의 발제에 이어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가 ‘지역 중심 교구에서 연령별 공동체로서의 전환 사례’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