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회의에서 최근 '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불러온 당헌 80조 개정안에 대해 논의한다. 사실상 개정이 완료될 것이란 전망 속에 당내 일각에서 개정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안건 의결에 변수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비대위의 당헌 개정 논의가 당내 갈등 확산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에 연루된 사람이 기소될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이 윤석열 정권 검찰의 야당 탄압, 정치보복 수사 전개 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개정 필요성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원 청원게시판에 이 조항 개정 관련 청원글이 올라왔고, 7만명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1호 안건으로 떠올랐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음에 따라 당 지도부는 안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청원은 소위 사법리스크가 있는 차기 당권주자 이재명 후보를 위한 것이라는, '이재명 방탄용'이란 주장이 나왔고,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물론 민주당 내 최고 이슈로 떠올랐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전날(16일) 회의를 열고 당헌 80조 1항을 '하급심(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당직자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윤리심판원(윤심원)이 조사하는 규정은 유지했지만, 직무 정지에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는 기존 윤심원에서 최고위원회 또는 비대위가 맡도록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아직 당헌 개정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차기 당권에 도전 중인 박용진 후보와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 설훈 의원과 조응천 의원 등이 총회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고민정, 윤영찬 의원도 개정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3선 의원 모임에서도 모든 의원이 한 뜻을 나타낸 건 아니지만 현 상태로 개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비대위에 이같은 견해를 전할 계획이다.
다만 사실상 당헌 개정은 완료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무모한 보복성 수사들이 꽤 있으며 이재명 지키기라고 하는데 사실 기소될 가능성 있는 의원들은 친문 성향 의원이 더 많다고 했다.
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본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취지를 우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서 한 언론을 통한 전수 조사에서 비대위원 7명 중 절반 이상이 당헌 개정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당헌 개정은 완료됐다는 전망이 따르기도 한다.
한편 당헌 80조 개정안은 이날 비대위를 거친 뒤 당무위와 중앙위 의결까지 통과하면 적용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