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가시화… 민주 전대 ‘최대 뇌관’

경찰 이달 내 수사 결과 발표 예고… 김혜경 소환 임박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한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8·28 전당대회를 3주 앞두고 가시화하고 있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이번 전대의 '최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97세대 경쟁 후보들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고 있다.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사법 리스크로 코너에 몰린 이 후보에 역전극을 벌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경찰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를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고, 이 후보가 김씨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에 관해 오락가락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경쟁 후보들은 사법 리스크를 매개로 이 후보 체제의 위험성을 부각, 반전을 노리는 분위기다.

김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과거 '갑질 의전' 의혹과 함께 불거졌다. 공익제보자 B씨가 지난해 언론에 제보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 의원이 경기도지사였을 때 김씨의 수행비서였던 전 경기도청 공무원 배모씨로부터 김씨의 사적 심부름을 지시받거나 법인카드로 식음료를 구매해 김씨 자택으로 배달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의 병원 문진표를 대리 작성하고 복용약의 대리 처방 등 개인 심부름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배씨를 불러 조사했고, A씨는 이달 4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흐름에 따라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도 따른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 측의 해명은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을 더했다.

이 후보는 초기 A씨에 대해 처음에는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A씨가 대선 경선 때 김씨의 수행 기사였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선관위에 신고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10월 A씨에게 차량 기사 활동비 명목으로 1000여만원이 지급됐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A씨가 김씨 탑승 차량이 아닌 선행 차량을 운전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지난 4일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 당원 및 지지자와의 만남 행사에 참석해 "모든 영역, 모든 방향에서 최대치 공격이 이뤄지고 있는데 가끔 지치기도 한다. 저도 인간"이라며 "가끔은 이 전쟁터로 끌려 나온 가족들을 생각하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당권 경쟁자들은 이 후보의 태도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해 온 박용진 후보는 "당 대표 지도부가 의원 개인의 리스크를 당 전체로 진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당 대표 스스로 자기방어 논리를 얘기하면 또 다른 방탄 논란이 벌어지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사법 리스크를 당 대표 후보자가 쟁점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던 강훈식 후보도 지난 4일에는 이 후보를 향해 "계속적인 해명이 해명을 낳는 정도의 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는 "진솔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검경이 이 후보를 옥죄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진솔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우리도 확신을 갖고 방어할 때가 되면 방어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민주당 당원청원 시스템에 부패연루자에 대해 기소 즉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제80조의 변경 또는 삭제 요구 청원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용진 후보는 이를 두고 사당화 우려를 꺼냈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팬덤인 '개딸'들이 우리당 당헌 제80조의 변경 또는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 민주당 일부 열성 당원들의 우려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부정부패 연루자의 기소 시 직무 정지는 한 개인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자는 직무가 정지된다. 부정부패와 싸워 온 우리 민주당이 부정부패 범죄에 대한 당적 제재조차 없애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전했다.

강 후보는 이와 관련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법원 1심 판결 시 유죄가 나올 경우 당직을 정지하자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이 문제가 제기된 시점과 맥락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전당대회 직전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으로서 예상되는 검찰의 정치 개입 우려에 대해 적절한 방지 장치를 두면서도,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같은 청원에 대해 비대위 임기가 종료되는 8·28 전당대회 이전에 직접 답변할 예정이다.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빠르게 답변하겠다고 신현영 대변인은 말했다.

경찰 수사와 당내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론만 되어왔던 사법 리스크 우려가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또 세 후보의 '리스크 공방'은 이주부터 시작된 전국 순회 일정에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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