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생명윤리협 “조력존엄사는 안락사…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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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 전 총신대 교수 ©기독일보 DB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 이상원, 이하 협회)가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안 의원 등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말기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를 도입함으로써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는 ‘조력존엄사법(안)’이라고도 불리는 해당 법률안에 대한 검토서에서 “‘존엄사’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사실 ‘조력존엄사’는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중단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안락사”라며 “살인이다”라고 했다.

이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특별한 의료적 조치(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를 중단하는 연명의료중단과는 달리 ‘조력존엄사’는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명의료중단과는 다르다”고 했다.

또 “개정안 제2조(정의) 제11항에서 ‘조력존엄사’를 담당의사의 조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제20조 제7항에서는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에 대해서 형법 제252조 제2항(자살방조죄)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조력존엄사’가 사실은 자살을 방조하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고도 했다.

협회는 “의사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삶을 종결하는 것을 ‘존엄한 죽음’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이런 죽음을 ‘존엄사’라고 한다면 기타의 죽음을 ‘비참사’ 또는 ‘참혹사’라고 비하하게 되며, 존엄한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와 의사조력자살(‘조력존엄사’)을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개정안 제20조 제4항에서 본인이 담당의사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조력존엄사’를 이행한다고 하지만, ‘조력존엄사’는 환자 본인의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가족들에 의한 추정 판단과 대리 판단을 본인의 의사로 간주하여 실행될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협회는 “왜냐하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에 관한 환자의 의사 확인’과 관련된 개정안 제17조와 제18조에서 추정 판단과 대리 판단을 허용하기 때문”이라며 ”즉 환자 본인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을 때, 제17조와 제18조에 근거해서 가족들에 의한 추정 판단과 대리 판단을 환자 본인의 의사로 인정하고 ‘조력존엄사’를 이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명은 각자에게 고유한 가치로서 제3자가 타인의 생명과 관련한 의사표시를 추정하거나 대리한다는 것은 생명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고, 환자와 가족 간에도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협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특별한 의료적 조치를 중단하는 연명의료중단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추정 판단과 대리 판단을 ‘조력존엄사’에까지 확대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