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유지비만 2억” 미 임산부 보호센터, 반달리즘 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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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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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블루리지 임신센터가 지난달 25일 미국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지 몇 시간 만에 파손됐다. ©블루리지 임신센터 페이스북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미국의 임산부 센터가 기물 파손과 낙서 등의 반달리즘 테러로 인해 안전유지에만 2억 원 상당(15만 불)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대안임신센터(Alternative Pregnancy Center)의 하이디 매츠케 소장은 13일(현지 시간)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로(Roe) 시대 이후 미국: 돕스(Dobbs) 판결의 법적 결과’라는 제목으로 연설했다.

마츠케는 연설에서 “전국의 해안 곳곳의 임산부 보호 센터가 온라인과 언론에서 공공기물 파손과 증오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지난주에 한 남자가 마테체 칼로 무장하여 우리 시설에 접근했다. 어쩔 수 없이 24시간 현장 경비원을 고용해야 했다”며 “문을 보강하고 벽을 방탄으로 막아야 했다”고 말했다.

또 “건물에 그래피티(graffiti, 벽화 낙서) 방지 코팅으로 페인트칠을 해야 했다”며 “우리는 카메라를 추가해야 했고, 직원들은 후추 스프레이를 소지하고, 폭력의 위협 때문에 이동 진료소의 운영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 덕택에 두 번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을 위한 귀중한 자원인 1만 5천 달러 상당을 그저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데 써야 했다”라며 “왜 표적이 되는 것인가? 우리는 여성에게 무료 돌봄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마츠케는 그러나 센터의 사역이 여전히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CCTV 영상에는 8일 당시 마테체를 든 남성이 센터를 향해 가는 모습이 담겼다.

마츠케는 가톨릭뉴스통신(CNA)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 보안요원이 모퉁이를 돌다가 그를 보았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은 뒤 그는 도망갔다”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현재는 모두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 여성이 해당 센터의 이동 진료소 차량 탈취를 시도하다가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에 저지 당했다.

마츠케에 따르면, 대안임신센터는 매년 임신 여성들에게 100만 달러 이상의 무료 의료 및 물질적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 위탁 돌봄, 초음파 및 산전 검사, 부인과 진료 등을 제공해 왔다.

지난달 FBI는 생명보호 임신센터에 대한 기물 파손과 국내 폭력 및 극단주의 단체와의 연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파기에 찬성하는 다수 의견문 초안이 유출되자 전국의 수많은 임신 보호센터가 반달리즘 피해를 입었다.

지난 7일,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의 낙태예방센터인 ‘클리어웨이 클리닉’은 블로그에 이른 아침에
진료소 건물이 파손됐다는 글을 게시했다.

진료소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유리문 2개와 창문 3개를 부수고, 시설 앞 보도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제인의 복수(Jane’s Revenge)’라는 낙서를 칠했다.

낙태 옹호 단체인 제인의 복수는 지금까지 임산부 보호센터와 교회를 상대로 벌인 기물파손행위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미네소타 세인트폴의 임산부 관리센터 ‘버스라이트성바울(Birthright St. Paul)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설이 ‘미국을 낙태하라’, ‘당신의 손에 피가 있다’라고 적힌 낙서로 인해 훼손됐다고 전했다.

또 건물에는 ‘낙태가 안전하지 않으면 너도 안전하지 않다’, ‘예수는 낙태를 사랑한다’ 등의 문구가 낙서되는 등 추가 피해가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