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엿새 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후보자 지명 이후 과거 성희롱 발언이 재조명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자는 10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 후보자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바 있다. 송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다.
송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이후 과거 성희롱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교수 재직 시절인 지난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학생 100여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여학생들의 외모에 등급을 매기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송 후보자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 보도된 팩트 대부분은 맞다"며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는 후보자 지정 전부터 대통령실에서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송 후보자는 "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언급했다.
또한 "너무나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흔히 말하는 낙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송 후보자가 미리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연이은 인사 대참사에도 윤 대통령은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또다시 성 비위 논란이 있는 후보를 공정위원장으로 지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놀라운 건 대통령실이 이미 송 후보자의 과거 성희롱 발언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후보자 스스로도 낙마 사유임을 인정했는데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는 건 아집과 오만일 뿐"이라고 발언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기 때문에 야당 측에서는 '지인정치'라는 날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공정위원장 지명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인으로 국가를 운영할 생각이냐"고 꼬집었다.
이번 송 후보자의 사퇴로 공정위는 또다시 '수장 공백기'를 맞게 됐다. 이미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늦은 위원장 인선이었지만 결국 다시 빈자리만 남게 됐다. 그간 법조계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후보자 지정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5월 초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사실상 수장 자리는 두 달째 공석이나 다름없다. 현재 장관급이 참여하는 국무회의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정위 대외 일정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윤수현 부위원장(차관급)이 참석하고 있다.
이에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공정위 1급 인사도 미뤄지고 있다. 이들은 위원장과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위원장이 정해진 이후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공정위원장 후보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새 정부 정책 기조가 친기업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공정위의 입지가 쪼그라들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업에 대한 자율과 최소 규제 원칙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공정위는 이전 정부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서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진 사퇴한 송 후보자도 지명 이후 공정거래법보다는 상법 분야의 권위자라는 점에서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과거 공정위가 기업의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자 한 언론사에 글을 기고해 이를 지적한 전례도 있다.
당시 송 후보자도 이를 의식한 듯 기자들에게 "공정거래는 시장경제를 위해 가장 주춧돌로 삼아야 하고, 특권 정권 정책 방향에 의해 수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