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법학회·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이 ‘종교인 과세 시행 5년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로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1부 예배에서 설교한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는 “베드로가 예수를 ‘주’로 고백했지만 동시에 ‘사탄아 물러가라’고 주님께 책망을 받았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고난의 복음을 전했으나 사람의 일로 생각할 때 예수님께 꾸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로 생각하지 않으면 십자가를 피하고 결국 타협하게 된다. 순교는 꿈도 못 꾸는 것”이라며 “방파제인 하나님의 말씀 위에 바로 서서 세상의 파도에 맞서야 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격려사에서 “한교총은 과세 관련 불합리한 부분을 새 정부 측에 전달해, 일선 교회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오늘 세미나가 교회의 대응방향을 잡아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교수는 “‘가시아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며 우리의 발은 지상을 딛고 있기에 교회는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다. 하늘의 법을 첫째로, 지상의 법을 둘째로 지키는 곳이다. 둘이 충돌할 땐 치열하게 투쟁도 해야 한다”며 “목회자의 순수 사례비만 과세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관리가 잘될 경우 국가의 개입을 차단하는 종교인과세 관련 시행령을 수정했다. 종교인 과세의 긍정적 효과는 떳떳하게 국민의 일원으로서 세금을 내고 세상에 기독교적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협성대 기독교윤리학 홍순원 교수는 “교회는 세상 안에서 머물러선 안 되지만, 세상으로부터 격리돼도 안 된다”며 “자본주의 사회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도 수치화하려는 시도가 팽배하고 있다. 과세는 모든 것을 수치로 환원시키려고 한다. 그러면 진짜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없다. 가치는 경제적 가치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홍 교수는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시민법·도덕법·종교법이 있다. 야고보서에선 ‘선’인줄 알면서도 행치 않으면 ‘악’이라고 했다. 위법성을 따지는 데만 기능하는 법은 결코 ‘선’을 창출하는데 복무하지 않는다. 법은 오직 밖으로 드러난 위법행위에 대해서 처벌적 기능을 가진다”며 “법은 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처벌하지만 내심의 선과 악을 규율할 수 없다. 내심의 선함은 오직 도덕법과 종교법만이 창출한다. 그래서 시민법과 종교법은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가시사의 것은 하나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인데, 현재 우리 사회는 둘을 동치시키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며 “성 어거스틴에 따르면 교회와 국가는 일치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콘스탄틴 대제의 기독교 국교 선포로 일견 긍정적 결과도 있었겠지만, 교회에 국가 권력이 침입하면서 교회의 정치권력화로 인해 표면적으로 강해보였을 수 있지만 실은 약한 모습으로 전락한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루터의 두 왕국론에 따르면, 국가는 악마적인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간접적 계시가 존재한다고 했다. 율법은 교회와 세상 모두에서 작동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교회를 세법의 예외로 존재시키는 것도 한계겠지만, 일반적인 모든 소득세법을 교회에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일찍 온 사람과 나중 온 사람 모두 한 데나리온을 주는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세상 질서에 적용하면 게으른 사람이 발생한다. 세상에서는 일한 만큼 품삯을 받지만 예수님은 품삯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도 품삯을 허락하심으로써 경제학적 이론으로 포섭될 수 없는 은혜 개념을 선포하신다”며 “아담 스미스는 시장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제시했다. 즉 대접받고자 하자면 먼저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경제는 윤리와 도덕이 상존할 때 제대로 돌아간다”고 했다.
홍 교수는 “종교인의 소득활동은 임금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노동은 자기실현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포함한다. 가치는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이것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내재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목사 등 종교인의 활동은 경제활동이 아니라 거룩한 도덕적 활동”이라고 했다.
회계법인 늘봄의 김영근 회계사는 “5년 차를 맞아 종교인 과세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에 따라 해당 법 조항들이 이 제도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후 순서상 차례로 조세 평등의 원칙(헌법 38조), 조세법률주의(헌법 59조)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며 “세무학계 일각에선 조세평등주의에 따라 종교인 과세의 소득세법 규정을 문제 삼고 있다. 일반 근로자와 종교인을 차별화해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 원칙은 조세평등주의 등보다 앞서기에, 정교분리·종교의 자유를 방패삼아 종교인 과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소득세법상 종교인 과세는 종교단체나 종교인이 기타소득과 근로소득으로 나눠 신고할 수 있다. 우리는 목회사례비는 기타소득에 포함시켜 종교인 과세를 활용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소득 전체를 국가에 신고하는 원천징수도 선택 사항”이라며 “목회자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헌신하는 사람으로서 사례비는 목회자를 위한 생활비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다. 목회자는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종교단체의 기능을 고려한다면 조세평등주의에 입각해 종교인 과세의 소득세법 규정을 비판한 논점은 파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인 과세의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종교인의 정당한 권리다. 만일 국세청이 이를 위배한 채 세무조사에 돌입할 경우 목회자는 종교의 자유·정교분리 논리로 적극 반박해야 한다. 왜냐면 종교인은 종교적 가치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경제적 활동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2021년 교회재정건전성운동이 목회자 총 1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회·목회자 신고비율이 약 82%에 육박했다. 그러나 세무조사관의 질의에 따라 교회나 목회자는 수령액 총액을 답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비과세 영역도 세금을 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면 사례비 총액 안에는 차량유지비, 식대, 목회활동비 등 종교인 과세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받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라며 “비과세 영역을 뺀 나머지 과세 액수만 답하면 된다. 비전문가의 지식에 의존한 신고에 따라 발생한 오류 사례로 교회는 종교인 과세 전담 상담센터와 함께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종교단체를 민법 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종교단체를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 활동에는 선교·구제·교육·수련 및 소규모기도회, 종교인을 위한 행정행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때문에 앞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종교인 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받는 사례비를 근로소득으로 신고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또는 국세청의 질의에 잘못 답변해 근로소득으로 잡혀 과세될 경우도 있다”고 했다.
특히 “개별 교회들 사이에선 목회활동비 영역의 통일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국세청이 임의로 과세·비과세를 분류해 세금 부과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종교인 과세에 따른 비과세 혜택을 위해 교단별로 통일된 목회활동비 내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무법인 삼도의 이석규 세무사는 “종교단체나 종교인이 근로소득이나 종교인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근로자들은 선택할 수 없다. 원천징수 선택 여부도 종교인 과세와 달리 일반 근로자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일반인 입장에선 수긍이 안 될 수 있다”며 “종교인이 소속된 종교단체가 아닌 곳, 가령 부흥회 등에서 받는 사례비도 원천징수에 대한 선택 여부가 적용되는데, 복수사업장에서 받는 일반 근로자 소득의 원천징수는 의무 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한 신자가 목회자 수고비를 지급하고 싶을 경우 헌금액을 종교단체에 낸 뒤 다시 목회자에게 사례비로 돌아간다면 종교인 과세로 잡힌다. 그러나 한 신자가 교회에 헌금을 하지 않고 목회자에게 바로 드렸을 때 목회자가 종교단체에 귀속시켜 다시 받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바로 목회자가 받은 뒤 종교인 과세 절차를 밟지 않으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공동대표 이상복 목사는 “종교인 과세의 소득세법상 특례규정에 따라 교회가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목회자 사례비 지급 장부에 한해서만 조사할 수 있다. 세무 조사관은 교회 재정장부를 통상 조사할 수 없기에, 교회 재정장부와 목회자 사례비 장부를 따로 분류해 관리하도록 조언한다. 또 혹시 모를 세무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교회는 교회 재정과 목회자 사례비를 결코 혼용해선 안 된다. 교회가 목회자의 세금을 대신 내줘도 향후 탈세 제보의 표적이 될 수 있어, 목회자 스스로가 종교인 과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 장부에서 목회 활동비 장부와 통장, 직불카드를 별도로 만들면서 목회자에게 지급한다면, 종교인소득 세무조사 특례규정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목회자 개인통장으로 목회활동비를 이체 받아 사용하는 경우는 세무조사 대상 선정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회는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하나님의 것인 신자의 헌금을 사적으로 유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