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45만명의 건강보험료가 평균 5만1000원 인상된다. 2000만원 이상 수익이 있는 피부양자 27만3000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 건보료를 내야 한다.
반면 지역가입자의 주택이나 자동차 등 재산에 부과되던 건보료 부담은 완화된다. 재산 공제 범위는 일괄 5000만원으로 확대돼 지역가입자 561만 세대(992만명)의 보험료가 월 평균 3만6000원 인하되며, 4000만원 이하의 자동차는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복지부) 제2차관은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역가입자 주택·차량 보험료 부담 완화
이번 2단계 개편에서는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던 보험료가 줄어들고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정률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주택·토지 보유 세대에 대한 기본 재산공제액은 재산 규모에 따라 500만~1350만원이었지만 9월부터는 일괄 과표 5000만원(시가 1억2000만원 상당)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재산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는 현재 523만 세대에서 329만 세대로 줄어들게 된다. 지역가입자의 평균 재산보험료도 세대당 평균 월 5만1000원에서 월 3만8000원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자동차 보험료 부담도 축소된다. 현재는 1600cc 이상이거나 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차량 등에 대해 자동차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만, 9월부터는 배기량과 관계 없이 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차량에만 건보료를 부과한다. 4000만원 이상 가격에 구매했더라도 이후 가치가 떨어지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건보료가 부과되는 자동차는 현재 179만대에서 9월 12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최종균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자동차 보험료 폐지 등) 추가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건보료 부과제도개편위원회 등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산정방식도 직장가입자와 같이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보험료율을 곱하는 '소득정률제'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지역가입자는 등급별 점수제를 활용했지만 산정방식이 복잡하고, 저소득자가 소득 대비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되는 역진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9월부터는 지역가입자 종합소득이 연 3860만원 이하인 세대는 소득 보험료가 낮아지게 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과 일시적 근로에 대한 소득평가율은 기존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연금소득이 연 4100만원 이하인 연금소득자 95.8%는 관련 보험료가 인상되지는 않는다. 연 소득 4100만원 이상, 월 340만 이상의 연금소득자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도 현재 1만4650원에서 직장가입자와 같은 1만9500원으로 인상된다.
다만 최저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보험료가 올라가는 242만세대의 인상액은 4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2년간은 현재 수준의 보험료만 내면 되고, 이후 2년간은 인상분 절반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전체 지역가입자 859만 세대 중 65%에 해당하는 561만 세대의 보험료는 월 15만원에서 월 11만4000원으로 약 3만6000원 인하된다. 반면 23만 세대는 31만4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2만원 인상된다.
◆부수익 짭짤한 직장인·피부양자 건보료 부담 커진다
보수 외에 임대료자 이자·배당소득, 사업소득 등 별도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은 강화된다.
기존에는 보수 외 연간 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이 기준이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연 소득 2000만원은 공제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번 조치를 통해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직장가입자 45만명이 매달 부담하게 될 보험료는 월 평균 33만8000원에서 38만9000원으로 5만1000원이 인상된다. 이는 전체 직장가입자의 2%에 해당된다. 대다수 직장가입자 98%는 보험료 변동 없이 동일하다.
지금까지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의 소득 요건도 강화된다.
피부양자 중 연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27만3000명은 9월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별도로 건보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갑작스러운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6년 8월까지 4년간 보험료 부담을 일부 경감한다. 1년차에는 보험료 20%, 2년차 40%, 3년차 60%, 4년차에 80%를 내고 2026년 9월부터는 100%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기존 피부양자 27만3000명은 월 평균 3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이후 4년 뒤 14만9000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수준이 조정된다.
피부양자의 재산요건은 현행 과표 기준 5억4000만원을 유지한다. 당초 지난 2017년 3월 국회에서 부과체계 개편안 합의 당시 연 소득 1000만원이 넘는 피부양자는 2단계 개편을 통해 재산 과표 3억6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공시가격이 55.5% 상승한 점을 고려해 재산 요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가 13억원 상당의 주택 보유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오는 9월부터는 보험료가 조정된 지역가입자 소득이 사후에 확인되면 보험료를 정산하는 '사후정산제도'를 도입, 2023년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여 보험료를 부당하게 줄이려는 악용 사례를 방지한다.
건보 가입자들은 9월26일께 발송되는 9월분 건보료 고지서부터 바뀐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 따라 올해 보험료 부담이 약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건보재정 적립금 규모가 약 20조원의 여유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관련 하위법령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7월27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예측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행이 가능하다"며 "물가인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많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건강보험료가 보다 소득 중심으로 개선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