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학대하면 처벌… 낙태가 권리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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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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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의원 주최로 ‘낙태법 개정안 입법 위한 세미나’ 열려
주요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노형구 기자

조해진 국회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가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생명운동연합·성산생명윤리연구소·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가 주관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예장고신)가 후원했다.

먼저 조해진 의원은 축사에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3년 동안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낙태죄는 입법 공백 상태다. 야당이 발의한 법안들은 낙태죄 전면 폐지 곧 낙태의 무제한적 자유를 허용한 내용이 주요 골자다. 전 정부안도 (낙태) 전면 허용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어 “낙태죄의 후속입법 공백으로 인해 태아 생명의 살해는 정당화될 수 없다. 반려동물도 학대하면 형사처벌을 가하는 법률이 있으면서도, 태아 생명의 살해를 권리로 상정하며 벌을 주지 않는 세상이 과연 정상인가”며 “자기 방위 능력이 없어 절대적 약자인 항거 불능의 태아를 유린하면서, 약자·소수자 보호라는 미명으로 여성의 낙태 합법화를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했다.

예장 고신 증경총회장 김철봉 목사는 “자유의 남용은 얼마든지 재앙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래서 절제와 질서가 필요하다”며 “무엇이든 내 행동에 대한 무제한적 자유를 주장할 만큼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조물주 하나님은 생명을 살리라고 명령하신다. 살아있는 태아를 죽여도 된다면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인간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조해진 의원 ©노형구 기자

이후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이 좌장을 맡은 발제순서에서는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대표 변호사)·장지영 교수(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홍순철 교수(고려대학교 산부인과)·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가 발제했다. 이어진 토론순서에선 서윤화 대표(아름다운피켓)·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전혜성 사무총장(바른인권여성연합)이 토론했다.

연취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를 내린 2019년 4월 이전, 그 동안 처벌사례가 거의 없었던 형법상 낙태죄의 보호법익은 결국 태아의 생명권에 있었다”며 “당시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조화를 이루도록 낙태죄 입법을 결정했지만, 이은주·박주민·권인숙 의원 안은 낙태를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법안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만 강조한 채, 헌재 판결이 분명히 적시한 태아 생명권과의 조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재생산건강지원센터 설치’를 명시한 권인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산부 결정에 따라 의사에게 낙태 시술 의무를 부과했다. 종교·양심적 판단에 따라 의사의 낙태 시술에 대한 거부권도 명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낙태죄 입법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이 문제인데, 보통 기본권 충돌시 그 서열대로 우위를 판단해야 하는 원칙을 견지한다면, 헌법상 생명권은 자기신체의 결정권보다 우위에 있다. 그런 점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이은주·박주민·권인숙 의원 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연취현 변호사 ©노형구 기자

또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 2018년 ‘산모의 85% 이상이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소 통계를 고려할 때, 박주민·이은주·권인숙 의원의 낙태죄 개정안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발제한 장지영 교수는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낙태를 합법화 한 ‘로대웨이드’ 판결 이후 현재까지 약 6,200만 명의 태아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낙태 공식 기관인 미국 가족계획협회는 국민 세금을 지원받고 낙태를 진행해 매일 2,363명의 아기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지난 2018년 15주 이상의 태아에 대한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안이 로대웨이드 판례와 충돌되면서 이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루는 '돕스 대 잭슨(Dobbs vs. Jackson)' 사건을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은 최근 새뮤얼 엘리토 대법관이 로대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한 초안이 한 미국매체를 통해 유출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며 “해당 초안은 ‘로대웨이드 판례는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됐다’, ‘로대웨이드 판례는 추론이 유난히 미약하며 해로운 결과로 이어졌다’, ‘낙태권은 미국의 오랜 전통에 뿌리박힌 권리는 아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프로라이프 세대들의 ‘우리 시대에 낙태를 종결하자’는 주장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낙태 합법화 판결 이후 누적돼온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결실이기도 하다”며 “이처럼 우리나라도 전 국민적 프로라이프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 프로라이프의 반대는 프로초이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다.

장지영 교수 ©노형구 기자

홍순철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 심장박동법은 심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에 대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태아 심박동이 형성된 태아의 약 90%이상은 이후 정상적으로 자란다”며 “태아 10주는 입벌리기·삼키기 운동 등, 태아 14~16주는 호흡, 태아 24주는 소리듣기·빨기, 태아 28주는 빛에 반응하기 등을 보인다. 어떤 주수에 따라 태아를 살리고 죽여도 될지는 결정될 수 없다. 배 속 태아는 우리와 다르지 않는 하나의 인간”이라고 했다.

그는 “조해진 의원안도 임신 6주 이내로 낙태를 허용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10주까지 허용했다. 20주 이내는 산모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했다. 사실 엄마의 생명권 외엔 태아 낙태를 정당화할 어떠한 사유는 없다”며 “대한산부인과학회도 사회·경제적 사유 등 비의학적 사유로 인한 낙태 허용은 산모의 합병증 위험 증가 등을 이유로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 정부의 법무부 입법 예고안에 따르면, 16세 이상 청소년은 부모의 특별한 동의 없이도 상담을 통해 낙태를 가능토록 해, 무분별한 낙태 시술이 우려된다”며 “또한 캐나다 정부는 직접 낙태 시술기관을 제한적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위 법안에 따라 낙태를 일반의료 행위로 지정할 경우, 시장 경제에 따라 작동되는 우라나라 의료계 현실로 인해, 국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돈을 쫓는 무분별한 낙태 시술이 만연할 것”이라고 했다.

홍순철 교수 ©노형구 기자

이세령 목사는 “조해진 의원안은 태아 심박동이 감지되는 6주 이후 예외적 사유를 제외한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태아 심박동이 생명의 기준점으로 작동하면서, 산모와 태아의 생명권을 구별하는 지점이 생겼다. 이는 태아를 산모의 장기의 일부로 여기면서, 낙태를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반박한다. 즉 임신 6주는 하나님의 양심의 법을 일깨우며 생명을 죽여선 안 된다는 하나의 선언적 지표”라고 했다.

서윤화 대표는 현대 유전학의 아버지 제롬 르쥔 박사가 “인간의 일생이 시작되는 시기는 수정부터 지속되며 이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받아들일까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명백히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말했다며 “태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해야 한다. 현재 공교육에선 청소년도 성을 누리는 존재라며 임신 예방을 위해 고작 피임 교육만 시키는 상황이다. 성관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성윤리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전혜성 사무총장은 “한국 여성단체들은 낙태죄가 아예 없어진 것처럼 호도하며 낙태 전면 합법화를 선동하고 있다”며 “미국에선 로대웨이드 판결 이후 임신 출산 등을 굴레로 여기며 이를 깨부수고 사회 경제적 지위와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낙태를 하나의 인권으로 포장한 측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임신의 모든 책임을 여성 모두에게 떠넘기도록 가속화시켰다. 남성 책임법이나 여성의 출산·양육을 돕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며,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기는 낙태는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제한돼야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승구 교수, 홍순철 교수, 장지영 교수, 연취현 변호사, 서윤화 대표, 이명진 소장, 전혜성 사무총장, 이세령 목사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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