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인권조례·자사고… 교육감따라 곳곳 충돌

6·1 교육감 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들이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등 정책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면서 진보 교육감들과 갈등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 '보수'로 분류되는 당선자는 17명 중 8명이다. 당초 '14대 3'이었던 진보·보수 구도가 '9대 8로' 균형이 맞춰지면서 이전과 다른 충돌이 감지된다.

특히 임태희(경기)·하윤수(부산)·김광수(제주) 등 진영 교체를 이뤄낸 당선자는 진보교육감들이 성과로 꼽아 온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대규모 조정을 예고했다.

◆혁신학교 절반 경기인데… 임태희 "원점 재검토"

경기 최초 보수 교육감인 임태희 당선자는 14년 간 지속된 혁신학교의 "원점 재검토"를 외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운영·지원 조례에 따르면 교육감은 3년 이상 5년 이내 단위로 혁신학교를 지정할 수 있으며, 교육부 등 별도의 승인 없이 매년 자체평가를 통해 기존 혁신학교를 재지정하거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임 당선자는 지난 2일 당선 직후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정말 꼼꼼하게 진단과 평가를 해 결론을 낼 것"이라며 "단순 사업비를 집행하기 위한 정책이었다면 과감하게 손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혁신학교는 총 2746개교로, 이 중 과반인 1393개교(50.7%)가 경기 소재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된 정책으로, 교내 자치의 민주성을 강화하고 강의형이 아닌 토론·프로젝트형으로 수업 형태를 혁신하도록 추진됐다.

하지만 혁신학교에 다니면 학력이 저하된다는 주장이 보수 진영에서 제기되며 진영 간 갈등 소재로 비화했다.

지난 2017년 곽상도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6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혁신학교에서 11.9%로 전국 고교 평균인 4.5%보다 2.6배 높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 등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이 취소되며 갈등이 번지기도 했으나, 진보교육감이 17석 중 14석을 차지하고 있던 올해 선거 전까지 혁신학교 수는 계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해 기준 혁신학교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서울(250개교·9.1%)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교육의 성과가 더 이어져야 한다"며 혁신학교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조 교육감 3기 출범준비위원회엔 김기만 전국혁신학교졸업생연대 대표가 위원으로, 신명숙 서울이수초(혁신학교) 교장이 '혁신교육 다양화' 분과장에 임명됐다.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침해"… 경기 등 폐지 위기

교육감 진영 교체가 이뤄진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도 손질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을 담아 교육청이 별도로 제정한 조례다. 지난 2010년 경기를 시작으로 서울·경기·제주 등 7개 교육청에서 실시 중이다. 학생의 두발 자유나 강제 야간 자율학습 금지 등이 이 조례에 근거해 각 학교에서 교칙으로 실현된다.

하지만 보수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줄곧 보수 성향 교육감이 집권해온 대구·대전 등은 여러 시민단체의 지속된 요구에도 조례가 제정되지 않기도 했다. 이에 진영 교체가 이뤄진 경기·제주 등은 조례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 당선자는 지난달 25일 성기선 후보와의 법정 TV토론회에서 "현재 학교의 교권 문제는 편향적인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며 "학생들이 교사들을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여러가지 교권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 교육감은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 월례조회를 통해 보수 교육감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학생을 더 때리는 시대, 권위적인 학교 문화로 돌아갈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며 "혁신교육의 성과를 받아들이는 혁신적 보수의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희연 "자사고 존치 반대" vs 보수 "늘리겠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지, 남길 지를 두고도 진영 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임 당선자와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자는 자사고를 유지하거나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경기 자사고는 2개교, 부산에는 1개교가 있다.

임 당선자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를 교육청이 인위적으로 나서서 없애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자사고, 특목고는 유지하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 당선자 역시 "동서 교육격차 해소 차원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엄격히 지도 감독하겠다"고 공약했던 바 있다.

진보 교육계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으로 인한 고교 서열화가 과도한 입시 경쟁과 교육 불평등을 낳는다고 비판한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고교서열화 해소' 차원에서 자사고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도록 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위해 새 정부와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최종 입장이 정해질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자사고 전환을 역전시키고 취소하면 반대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감한 교육계 의제를 두고 예고된 갈등을 의식한 듯, 새 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조 교육감은 "올해 선거 이후 교육감들의 구성이 다양화됐다"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협의회 운영을 하도록 하겠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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