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내 의원 공부모임 가칭 '민들레(민심 들어볼레)' 구성을 두고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알려진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입장이 엇갈렸다. 장 의원은 "당 소속 의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순수 아침 개방형 의원모임"이라고 했으나 권 원내대표는 "계파로 비춰질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모임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도운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은 지난달 특별감찰관 폐지 논란에서 대통령실의 메시지 오류를 한목소리로 지적한 바 있는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당내 모임 발족을 두고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모임의 성격 자체를 비판하지 않은 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선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형태를 취했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민들레 모임을 비공식적인 당정협의체가 아닌 '순수한 공부 모임'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오해받을 수 있으니 발족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권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름이 거론된 여러 의원들한테 (전화했다). 장 의원하고도 통화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발족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가 '세 과시용 사조직 모임'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꼭 그런 것은 아닌데"라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의 분열로 이어져서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진 예가 많고 당의 몰락으로 가게 된 예가 많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이 사인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거는 뒤로 확인해 보니 순수한 공부 모임이더라"라면서도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이게 공부 모임을 넘어선 것처럼 비쳐진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당내에 이런 식으로 비칠 수 있는 단순한 공부 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는 것이 맞고 지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칫하면 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만약에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런 의도가 있는 모임이라 그러면 원내대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같은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계파로 비춰질 수 있거나 공식적 당정협의체라는 기구가 있지 않나 원내대표나 당대표로 대변되는 기구가 있음에도 또다른 당정협의체로 비춰질 수 있는 오해를 살 소지 있는 의원 모임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행위라는 것은 정치인의 의도보다 바깥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프레임을 씌우는지가 중요하다"며 "어제 최초 보도로 인해 일종의 비공식적인 당정협의체인 것처럼 비춰지고 또다른 계파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일부 언론에서 제가 주도해 당정대 플랫폼 의원 모임을 만든다는 기사가 나왔다. 저는 당 소속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순수 아침 개방형 의원모임에 한 명의 멤버로 참여의사를 밝혔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확인한 의원 모임의 취지는 정치 현안이나 정책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소통하고 토론해서 민심을 받드는 아침 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윤핵관'과 거리가 있는) 정우택 선배님, 조해진 의원님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 '친윤 세력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고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분과 간사를 맡았고 '민들레'에 운영진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이용호 의원은 10일 "현안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 민심을 수렴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정활동의 일환이며,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라며 "결코 특정인 중심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세력 규합을 위해 구성되는 조직이 아니며, 그렇게 운영될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칭 '민들레'로 알려진 이 모임은 장 의원을 주축으로 인수위와 당선인 비서실에 참여한 이철규·이용호·김정재·배현진·송석준·박수영 의원 등이 운영진을 맡고 있다고 한다. 현재 3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민들레'가 문재인 정권 초반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친문' 의원들이 만든 비공개 모임인 '부엉이 모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친문 직계 의원들은 권력 또는 패권 추구 집단이 아니라 친목 모임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201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를 조성해 당권을 쥐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문 대통령에게 득이 될게 없다는 여론이 조성되자 결국 해산을 선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