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퇴임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시나리오를 언급했을 당시 국제사회는 이 발언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부터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의 야망과 중국군 현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만 군사 개입 시사 발언 등으로 인해 중국이 몇 년 안에 대만 무력 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49년 국민당 정부가 공산당에 패배하고 대만으로 도주한 이후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위협은 꾸준히 존재해 왔지만, 그동안 중국 정부는 경제적 유인과 정치적 압력을 통해 대만을 끌어들이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많은 대만 정책입안자들은 중국이 이런 조치가 효과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잃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전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퇴임한 필립 데이비슨 전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6년 이내(2027년까지)'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그 근거로 시 주석의 임기를 제시했다. 시 주석은 올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기 집권을 확정하고 5년 뒤인 2027년이 집권 재연장의 고비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대만 통일'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를 위한 군사 개입 발언이 이런 가능성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3차례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모호성'을 폐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해 백악관은 미국의 대만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대만과 미국 동맹국의 고위급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미국과도 싸워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중국을 억제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한 대만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무력 수준에 도달했을 때 금융이나 경제 제재로는 효과적인 억지력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이 침공 시점으로 본 2027년은 중국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은 2020년 11월 "2027년까지 100년 군사 건설 목표를 달성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군사강대국 실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이 관련 주장을 한지 1년이 지난 현재 미국과 대만군 관계자들은 지금부터 2027년까지 진정 위험한 시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2025년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완전한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양안 관계는 자신이 군생활 40년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대만 전문가들은 2024~2025년을 특별히 위험한 시기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대만 독립 지향의 민진당이 2024년 초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거나 2024년 말 미국 대선이후 '정치 공백기'를 이용해 중국이 무력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군 침공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만 고위관리들은 "차이잉원 정부가 중국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군복무 기간은 기존 4개월에서 1년으로 재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인 국방 예산을 늘리는 것도 약속했다.
대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전시에 필요한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다른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이 고려 중인 정책에는 예비군제도 개혁, 중국군의 사이버 및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전력 및 통신 설비 분산화, 전시 기본 물자 공급 계획 수립 등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2025년에 2027년 사이 (이런 것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내 대만 침공은 중국군에게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IT 안보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중국 군사전문가인 테일러 프라벨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면서 "시나리오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가 하려는 것(우크라이나 침공)은 가장 쉬운 것이고 중국이 하려는 것(대만 침공)은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비교적 간단한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을 수행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군이 훨씬 더 복잡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을 지에 의문을 가질 것이며, 당분간 그런 공격을 하는 데 더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쑤즈윈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군사전략소장은 "중국군의 경우 어떤 경우라도 (대만) 해협을 건너야 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고속도로에 갇힌 러시아 차량을 봤고 대만의 경우, 그 고속도로는 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것은 우리가 그들을 파괴할 때와 장소"라고 부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