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에선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제정될 경우 이로 인해 동성애 비판 검열 등 표현의 자유 위축을 지속적으로 우려해왔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노방 전도나 길거리 찬양도 차별금지법에 의한 제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립대 기계공학과 권원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1년부터 1년 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캐리에서 연구교수로 체류했을 당시 출석했던 교회 청년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길거리 전도나 찬양을 제안했으나 매우 꺼려했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길거리 전도나 찬양을 하면 이웃으로부터 신고를 당해 경찰에 연행되는 사례를 종종 접하다보니 주저하고 있었다”며 “이후 폭스뉴스 등 언론보도를 통해 알아보니 연행의 근거는 차별금지법이었다. 전도나 성경공부는 ‘종교 차별’이며, 이를 목적으로 모이면 신고를 당해 사실상 위법이었다”고 했다.
10년 동안 노방전도를 해온 순복음전도교회 정의훈 목사는 “전도현장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주(主) 예수’, ‘지옥’ 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각에선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제정되면 전도자를 상대로 차별행위라며 고소·고발이 제기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 법안 상 ‘종교차별’에 따른 ‘괴롭힘’ 조항을 적용하면, 노방전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는 것.
홍익대 법대 음선필 교수는 “‘당신은 죄인입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구원의 길’ 등 메시지를 듣고 모욕감·불쾌감 등을 느꼈다고 주장한다면, 차별금지법에서 종교·사상 등 차별금지사유로 인한 ‘괴롭힘’에 해당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음 교수는 “차별금지법(평등법)안에 따라 타 종교, 이단·사이비나 심지어 무신론을 비판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행위도 ‘종교 차별’에 해당돼 ‘괴롭힘’으로 인한 차별로 간주될 수 있다”며 “그러나 ‘괴롭힘’의 범위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그 성립 여부 또한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은 고용·경제행위·교육·정부 서비스 등 4대 공공영역에도 적용돼, 직장·군부대 등에서의 일상적인 복음 전도 행위마저도 고소·고발을 제기할 수 있어, 복음을 선포하는 ‘입’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 해외에선 어떨까?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6년 동안 영국에서 선교한 전용호 목사(오류동남부교회)는 “영국 목회자들이 복음을 전하면서 ‘이슬람교 비판’, ‘동성애는 죄’ 등을 곁들여 말하면, 행인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체포나 벌금형을 받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6월 발간한 ‘평등법 팩트체크’에서 평등법(안)으로 인해 법적 제재를 받은 해외 노방전도 사례는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종교시설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벌어졌으며, 적용된 법률도 평등법·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영국 공공질서법”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영국 통계청(「Hate Crime, England and Wales, 2018/19」, Home Office)에 따르면, 2018-2019년 사이 발생한 공공질서법 위반 사례 중 종교 관련 4,278건, 성적지향 관련 6,520건, 트랜스젠더리즘 관련 909건으로 나타났다.
1986년부터 제정된 영국 공공질서법(혐오표현금지법)은 ‘사람을 괴롭히거나 경각심을 주고 괴롭힘을 주려는 의도로 협박, 욕설, 모욕적 언행, 무질서한 행동, 위협, 학대나 모욕적인 글 작성, 기타 가시적 표현을 하는 경우 범죄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위반하면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영국 공공질서법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전윤성 미국 변호사는 “영국 공공질서법에 규정된 ‘혐오표현 금지 조항’이 우리나라 차별금지법(평등법)안에 ‘괴롭힘’ 조항으로 동일하게 들어가 있다”며 “이름만 서로 다를 뿐 상대방이 느낀 불쾌감 등 주관적 감정을 토대로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은 같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차별금지법(안)과 영국 공공질서법은 동일한 법적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사실상 영국 평등법과 공공질서법이 합쳐진 형태가 우리나라 차별금지법(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또 “대한민국 차별금지법(안)은 영국 공공질서법보다 ‘괴롭힘’ 규정이 더욱 모호해 불쾌감·모멸감·위협감 등 단지 주관적 감정만 갖고도 소송제기가 가능할 수 있다”며 “‘차별 가해자’는 입증책임을 져 ‘차별하지 않았다’고 입증해야 하는데, 사적 대화를 매번 녹음하거나 촬영하지 않은 이상, 상대방이 차별행위에 따라 느낀 불쾌한 감정을 반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에 따라 소송을 당하면 손해배상금을 물어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시 차별금지사유인 ‘종교’, ‘사상 및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에 해당하는 ‘타종교·무신론 비판’, ‘동성애는 죄’ 등을 노방전도 과정에서 언급할 경우, 이러한 비판 의견도 영국 공공질서법처럼 상대방의 주관에 따라 혐오로 치환돼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2020년부터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이 차례로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안 4건이 계류 중이다. 이상민 의원 등 24인이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성적지향, 종교, 사상 및 정치적 의견 등 21가지 사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적대적, 위협적 또는 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을 야기하는 행위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 관념의 표시 또는 선동 등의 혐오적 표현을 하는 행위 중 하나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 '괴롭힘'에 해당된다(제3조 7항). 이 괴롭힘은 차별행위로 간주돼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다(제36조). 박주민·권인숙, 장혜영 의원안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이들 법안에서의 공통된 법적 제재는 차별행위에 따라 손해액의 2~5배까지 최소 5백만 원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장혜영 의원안은 이행강제금을 따로 규정해 차별시정 불이행시 3천만 원 이하를 반복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