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1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으로 동맹 관계를 확대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까지 한미 동맹을 확장하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은 향후 한중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IPEF 가입이 제2의 사드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앖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정상은 공동 성명을 통해 "공동의 희생에 기반하고 깊은 안보 관계로 연마된 한미동맹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대되고 있다"며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경제,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인 양국의 중추적 역할을 반영하여 한반도를 훨씬 넘어 성장해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날 회담에서는 경제안보와 기술로 넓혀진 한미동맹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액션 플랜에 접근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등 경제안보 성격으로 격상된 산업분야에서의 협력과 역내 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대(對) 중국 협의체 성격이 짙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IPEF는 공급망 동맹으로 역내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경제협의체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정상회담 후 설명자료를 통해 "협력과 규범의 균형잡힌 접근을 통해 포괄적 역내 경제협력체를 구축해 공급망 안정화 등 우리 기업 실익을 극대화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역내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급망 다변화·안정화 및 공급망 교란에 공동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기울어진 동맹을 정상화시켰고,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회담이었다"며 "북한 문제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이견이 전혀 없엇기 때문에 편안한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경제 분야는 미국 측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됐다"며 "안보는 확실히 얻고, 경제는 지르는 양측이 만족스러운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강력한 실질적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담겼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미는 한미연합훈련 및 미군 전략 자산의 전개를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약화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는 한편, 2018년 이후 이름만 남아있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의 재가동이 실천 전략으로 넣은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가 공고하게 대응한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북한을 향한 확고한 메시지, 중국과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줬다"고 밝혔다.
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들어갔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양 정상은 전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때 언급이 안 된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는 건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중시하는 가치관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한층 공고히한 만큼 대중 관계는 숙제로 남게 됐다.
다만 왕종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한다는 말은 전혀 없다"며 "IPEF도 상호보완적 공급망 안전에 초첨을 맞추고 있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건 전혀 없다"고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문 센터장은 "IPEF에 대한 중국의 조치가 있을 테니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는 한중 간 문제였지만 이제 다른 나라들도 끼어 있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