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남용을 막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비위를 저지른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겨냥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무연고'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을 두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공세 프레임을 짜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는 전날 당 회의에서 "최근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기 위해 방탄 출마를 감행하는 행위가 국민들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며 "불체포 특권은 분명 헌법상의 권리이지만 그 취지는 권력자의 의회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는 것이 목적이지, 본인의 직무상 비리를 방어하기 위해 활용되어서는 안 되는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내지도부는 불체포특권이 2016년, 20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만든 개정안보다 더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 한번 연구해달라"며 "대장동 수사와 소고기 초밥 수사가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불체포특권에 대한 개정을 연구하고 추진해 주시라"고 주문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개정안에 대해 당대표가 말했는데 그제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이번 일요일 오전에 제 페이스북을 통해서 우리당의 개정 방향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국면에 불체포 특권 개정을 띄워 여론전에 나서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겨눈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떠나 민주당의 텃밭과 다름없는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을 두고 향후 수사에 대비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재명 고문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방탄용 출마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의혹들만 해도 대장동 부패 게이트, 변호사비 대납 의혹, 재판 거래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김혜경씨 횡령 등 셀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최근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 전 후보를 피의자로 적시했고,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재명 전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며 "특히 친문 단체가 고발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경우엔 검찰이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들까지 소환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불체포특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은 3선 중진 박완주 의원의 보좌진 성추문을 비롯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 김원이 의원실 보좌관의 성폭행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 다른 재선 의원의 성추문 논란 등 당내 성비위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의석수의 압도적 차이로 단독 입법 추진이 쉽지 않은데도 불체포특권 폐지에 나서자, 여론전에 따라선 법제화가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불체포특권 폐지 범위에 뇌물과 같은 비위나 성추문 등을 명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재명 고문이 지난해 11월 대선후보 시절 대장동 공세에 맞서 불체포특권 제한을 정치개혁 사안으로 추진했던 만큼 민주당과 이 고문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 고문은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원에 대해서도 불체포특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단 여당 원내 지도부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없는 사안인 경우에 한해 우선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법제화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원내 관계자는 "아직 불체포특권 폐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의정활동과 무관한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