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무총리 자리를 비워둔 채 '불편한 동거'를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1기 내각 구성을 놓고 벌어지는 힘겨루기는 새 정부 국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을 이틀 앞둔 8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청문위원 12석 중 7석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 평가를 거두지 않고 있어서다.
한 총리 후보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검증 절차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직에서 물러난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4년 넘게 고문으로 지내며 2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은 사실 등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기류가 바꼈고, 결국 민주당은 청문회가 끝난 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적격 의견'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청문보고서에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는 방안에도 부정적 입장이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인사청문특위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돼 임명동의안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고 한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부결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각 부처 장관 검증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검사 시절 핵심 측근이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자료 제출 미흡과 증인 채택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 한 차례 미뤄져 취임식 전날인 오는 9일에서야 열리게 된다. 청문보고서 채택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다.
여기에다가 민주당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아빠 찬스' 의혹, 이른바 '방석집 논문심사'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한 이후에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부적격하다고 밝히며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윤 당선인은 장관 제청권을 가진 총리 자리를 비워놓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한 총리 이외의 다른 카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한동훈 후보자나 정 후보자 등의 낙마를 볼모로 한 한 총리 후보자를 인준받는 식의 거래에도 흥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협보다는 구상한 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총리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안으로 김부겸 총리가 유임돼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거나, 김 총리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에 제청권을 행사에 임명하고 추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 다른 장관을 제청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다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정과 상식을 국정 운영 원칙으로 강조해온 윤 당선인이 자녀들의 '아빠 찬스' 의혹이 일었던 장관 후보자들을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면 부정적 여론이 더 커져 국정 운영의 동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1기 내각 구성은 힘든 숙제였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하긴 했지만 1기 조각(組閣)을 출범 195일 만에 완성하며 김대중 정부가 갖고 있던 175일 기록을 깼다. 이명박 정부는 내각 구성을 18일 만에 완료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52일 만에 완료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