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의결한 것은 그의 검찰개혁 과제에 대한 완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론 채택 이후 여야 극한 대치로 정국을 집어 삼켰던 검수완박 논란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끝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검찰 권력이 선택적 정의를 행사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검찰의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제20회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심의·의결 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강경 드라이브 속에 추진된 검수완박 논란은 일단락 됐다.
문 대통령은 법안 처리 배경에 관해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추진했던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기대했던 검찰 수사의 공정성은 지켜지지 않았고, 계속된 검찰의 선택적 정의로 인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게 된 근본 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초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문재인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입법 드라이브를 걸자, 문 대통령이 지난해처럼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형식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지난해 2월 민주당이 '검찰개혁 시즌 2'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추진했을 당시 문 대통령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 등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룬 기존 제도의 안착이 우선이라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제동에 중수청 신설 추진을 멈췄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 말 민주당이 재차 꺼내든 검수완박 입법 추진 과정에서는 여야 간 대립이 극에 달했을 때도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1년 전 우려를 표하며 민주당에 제동을 걸었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대담에서 지난해 속도 조절 주문 사례를 거론하며 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에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지금 국면에 끌어들여서 답변을 요구하면 난감하다"면서 "국회 논의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하겠다"고 유보적 답변을 한 바 있다.
그에 앞서 같은 날 이뤄진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입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한 질문에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합의는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거부권 없이 처리할 의사를 시사하기도 했었다.
이후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 파기 후 민주당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꼼수 사보임', '꼼수 탈당'으로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여야 합의안 담겼던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방향성을 강조하며 개혁 완수 의지를 드러냈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가수사본부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등 그동안의 개혁 성과를 언급한 것도 검수완박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