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협은 성명에서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을 남용해 법안을 졸속·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평등법은 벌써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 임기 안에 처리해야 한다. 사실상 남은 2주, 마지막 기회”라고 했었다.
박 위원장은 또 같은 달 29일 비대위 회의에서는 윤호중 공동 비대위원장에게 “3월에 제게 공동 비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하시면서 했던 말씀, 기억나실 것”이라며 “같이 공동 비대위원장을 해서 차금법(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자고 하셨다. 제가 그때 그 말씀을 듣고 그걸 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 같이 하자고 하셨으니 이제 약속을 지켜달라”고도 했다.
기공협은 “지난 2월 14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에서 주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기독교 10대 정책 발표 및 토론회’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소속 국회의원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아직 국민적 수준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음을 인정하면서 향후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할 중요 법안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였음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란이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한 정치인의 약속으로 좌우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그리고 차별금지법에 대해 수많은 반대 의견이 존재하고 있음이 명백한 이 시점에서 당리당략에 의해 그리고 특정 정당의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서 추진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현재 차별금지법 통과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여성, 장애인 등의 생존도 위태로운 상황이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현재 우리가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별법을 통해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강구하고 있음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의도는 동성애,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에 포함시켜 합리적인 비판까지 혐오표현으로 규제하여 신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임은 이제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공협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목적과 효과에 있어서 국가의 근간이 되는 가정제도,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청소년 보호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졸속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여의 구별된 성을 인식해 왔으며 이를 기초로 남자와 여자 간의 결합으로서의 혼인 및 가족제도를 우리 사회의 기본 토대로 받아들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와 같은 보편타당한 제도를 보호하는 것은 정치 문제도,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기공협은 “입법부는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법에서 정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충실히 지키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거듭 촉구하는 바”라고 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차별금지법(평등법)과 관련한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공청회 일시 등은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