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중재안을 여야가 받아들이고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거부권 행사' 압박을 받던 문재인 대통령이 우선 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그러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중재안에 반발해 닷새 만에 다시 사의를 밝히면서 김 총장의 거취에 대한 고심은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박 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발표한 합의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검찰의 일부 수사권은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인정되는 6대 범죄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중에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대 범죄 관련 검찰의 수사권은 폐지된다.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은 1년6개월 뒤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폐지된다.
아울러 검찰 반부패강력부를 현행 5개서 3개로 감축하고, 보완 수사 관련해선 송치 사건에 대한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도 중재안에 담겼다.
해당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공포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기로 했다.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합의 시 국회 본회의에 최종안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해당 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않은 만큼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국회에도 검찰과의 협조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민주당이 김 총장의 대안으로 제시한 '특별법 제정'을 거부하고, 20일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법사위 소속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위장 탈당' 시키는 등 입법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자연스레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찬반 입장, 나아가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시 거부권 행사 및 국무회의 공포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문 대통령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는데, 여야가 법안 처리에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청와대는 우선 해당 법안의 법사위 심의와 국회 본회의 상정 및 통과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합의 처리가 유력한 법안인 만큼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안을 공포하지 않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전체의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총장은 이날 박 의장이 낸 중재안을 여야가 받아들이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17일 공개 사의를 밝힌 지 닷새 만의 두번째 사표다. 여기에 검찰 고검장급 7명이 대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중재안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지난 18일 김 총장을 만나 사표를 한 차례 반려시킨 바 있는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두번째 사표를 또다시 반려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한다.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낸 김 총장에게 '퇴로'를 열어준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한편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김 총장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하라"고 당부한 만큼, 김 총장의 사의를 다시 한번 반려하고 최소한 문재인 정부 내 임기를 마쳐달라는 뜻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