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말씀’ 패러디 버거킹, 기독교인들 항의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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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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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내 살 중에 살”이라는 성구에서 “살”을 “채소”로 바꾸고, “모두 다 가져가서 먹으라”라는 예수의 말씀을 사용해 논란이 된 스페인의 버거킹 광고. ©Jose Ignacio Munilla 트위터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버거킹이 최후의 만찬에서 전한 예수의 말씀을 광고 문구에 사용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스페인 버거킹은 현지 시간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성주간 동안 채식 버거인 ‘더 빅 킹 베지터블’ 광고를 시작했다.

이 광고는 제품에 ‘고기 없음’ 및 ‘100% 맛을 지닌 채식주의자’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모두 다 가져가서 먹으라”는 문구를 그 앞에 사용했다.

또 다른 광고에는 “내 살 중에 살”이라는 문구를 사용했으며, “살(Flesh)”이라는 단어에 줄을 그은 뒤 “채소(vegetable)”라는 단어로 대체했다.

특히 이 광고는 로마 가톨릭 사제들이 성체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하는 “너희는 모두 이것을 가져가서 먹어라. 이것이 너희를 위해 버려질 내 몸이니”라는 성구를 넣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버거킹은 현재 스페인에 200개 이상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이 광고는 스페인 전역의 버스 정류장에 게재되었고, 인구의 60%가 로마 가톨릭 신자인 스페인 국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오리우엘라 알리칸테 교구의 호세 무닐라 주교는 트위터에 “음식에 대한 미각의 상실과 종교적 정서에 대한 존중의 결여가 함께 작용한 것 같다”면서 버거킹의 광고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자 버거킹 에스파나는 17일 트위터에 “부활절 베지터블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로 기분이 상한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우리의 의도는 누구에게도 불쾌감을 주는 것이 아니었고, 즉각적인 광고 철회를 이미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스페인 보수 가톨릭 단체인 ‘시티즌고(CitizenGo)’는 이 광고를 “기독교인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고, 버거킹 인터내셔널 CEO인 다니엘 슈워츠에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버거킹 총책임자인 조르지 카발로를 즉각 해고할 것을 촉구했다.

청원서는 “모든 것이 팔기 좋은 것이 아니며,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그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가운데,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버거킹이 “기독교인들을 위한 가장 신성한 시기에 그리스도의 죽음과 성찬례를 조롱” 하고 “성주간을 이용하여 홍보와 돈벌이를 위해 수백만 명의 신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라고 비난했다.

청원은 카발로를 해고하라는 요청에 본사가 응하지 않을 경우, 버거킹과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19일 기준 2만 8천여 명의 서명을 얻었다.

미국에서 버거킹은 성소수자(LGBT) 논쟁에서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보수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 버거킹은 ‘성소수자 프라이드의 달’을 기념하기 위해 ‘치킹(Ch’King)’ 샌드위치가 판매될 때마다, 성소수자 옹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에 40센트씩을 기부했다.

일각에서는 버거킹의 치킹 샌드위치가 경쟁사인 ‘칙필레(Chick-fil-A)’를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버거킹은 트위터에 이 샌드위치 판매가 “프라이드의 달(심지어 일요일에도) 동안”에도 HRC에 수익금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기업인 칙필레는 주일 성수를 위해 일요일에 영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칙필레의 댄 캐시 회장은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전통적 결혼관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와 반대로, 버거킹은 2014년 성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기가 새겨진 포장지에 “우리의 내면은 다 똑같다”라는 문구를 담은 와퍼를 판매해 칙필레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