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12일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4월 처리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정의당과 연대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4시간 가량 비공개로 진행한 정책의총에서 '검수완박'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법 시행 시기는 3개월 유예하고 장기적으로 검찰에서 분리한 6대 범죄를 비롯한 수사권을 '한국형 FBI' 형태의 국가수사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관련 법안을 4월 중에 처리한다"며 "그와 동시에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추진한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4월 국회에서 우선 검찰에 있는 수사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후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과 정부와 협의해 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과 경찰 개편 방안을 논의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 불발시 강행 처리 가능성에 대해 "(국민의힘과)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수반돼야 할 조치들이 정부여당에 의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강행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목표는 단순히 검찰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권력기관의 개혁을 통한 선진화"라면서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정상화를 시작으로 경찰개혁 완성, 그리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권력기관 선진화가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검찰의 칼은 남용이란 우려를 받을 정도로 날 선 칼이었고 제 식구에는 헌 칼이었다"며 "이렇게 반복해온 검찰의 선택적, 정치적, 자의적 수사가 국민 불안과 불신을 야기했고 검찰개혁이란 시대적 요구를 만든 것"이라고 '검수완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당론 채택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4월 국회에서 강행처리한다면 우리는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정의당과는 검수완박 법안 저지에 대해선 적극 연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저희가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을 때 (재적의원) 5분의 3이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수 있는데 그 때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정의당이 이미 검수완박 추진은 시기와 방법 모두 맞지 않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저희와 협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할 경우 본회의에서 정의당과 연대해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기 위해선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172석인 민주당은 자당 의원만으로 의결정족수(180명)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정의당(6명)이 필리버스터에 찬성할 경우 강제 종결이 어려워진다.
친여 소수 정당인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당은 각각 1석이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은 7명인데, 이상직 무소속 의원은 구속 상태로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무기명 투표에 따른 여당 내 이탈표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변인은 '필리버스터 외 장외 투쟁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까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오늘부터 원내대표 주재 하에 모든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숫자상으로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국민께 직접 호소해서 국민들께서 법안의 강행 처리를 막아주시는 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국회 차원의 형사사법시스템 개선 테스크포스(TF)나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체계가 바뀐 지 이제 1년이 넘은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며 "민주당의 양식 있는 의원들에게 호소한다. 모든 민주당 의원이 같은 생각일 거라 믿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된 이후에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혐의해 고쳐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그것도 기다리기 어렵다면 형사사법시스템 개선을 위해 국회 TF나 특위를 구성해 논의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민주당의 양식 있는 의원님들께 호소드린다. '검수완박'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된 후 그래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협의해 고쳐나가기를 제안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