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주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이번에야 말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연착륙하며 일상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 시도했던 단계적 일상회복의 경우 확진자와 위중증·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한 달 만에 중단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포스트 오미크론'은 철저한 사전 대비와 함께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15일 발표가 유력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와 관련해 일상회복 기대감과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교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지난 2020년부터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인 만큼 한 국가가 단독으로 엔데믹을 선언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종식을 선언할 때 비로소 엔데믹이라 말할 수 있게 된다.
WHO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2 글로벌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위한 대비 전략 및 대응 계획'(Strategic Preparedness, Readiness and Response Plan to End the Global COVID-19 Emergency in 2022) 보고서에 따르면 WHO는 가장 희망적인 엔데믹 시나리오는 향후 변이의 중증도가 매우 약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최악의 경우 전파력과 중증도가 모두 높은 변이가 유행해 인명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새 변이 등 아직 불확실성이 높지만 정부와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방역 상황이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 일상회복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한 차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말 전체 인구 대비 2차 예방접종률 70%를 넘긴 만큼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6주 간격으로 3단계에 걸쳐 추진했던 일상회복은 1단계에서 식당·카페 등의 영업 제한 시간을 폐지하고 유흥시설은 접종 완료자가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완화하고, 2단계로 대규모 행사 허용 및 유흥시설 영업시간 제한 해제 검토, 3단계로 사적모임 제한과 행사·집회 인원 제한 등을 전면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유흥시설 등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대상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 도입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코로나19 확진자·위중증 환자·사망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트리플 악재'가 이어졌다.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실 가동률은 80%를 넘어 의료대응 체계 붕괴에 직면하는 등 정부가 오판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26일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4주 유보했고, 12월5일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했다.
현재 정부는 오는 17일 현행 '10인·자정' 거리두기가 종료된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역을 전면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을 지난 이후 확진자가 줄어든데다 후행지표인 위중증·사망자 발생 정점도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거리두기와 함께 발표할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에는 중증도가 낮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해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하고, 확진자 격리일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등의 핵심적인 원칙까지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진료, 약 처방을 받는 등의 일반의료체계 전환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확진자가 다른 기저질환으로 입원할 때에도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병상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2년3개월 가까이 유지해온 방역 기조를 대대적으로 손 보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계절독감(인플루엔자)처럼 '계절코로나19'가 겨울철에 국한돼 유행하게 되면 엔데믹이 되는 것"이라며 "매년 10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처럼 언제든지 인근 병원에서 투약 가능한 효과적인 (먹는) 항바이러스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백신뿐이었지만 이번에는 먹는 치료제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춥고 건조한 날씨 대신 따뜻한 날씨에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봄·여름철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대한 4월까지 먹는 치료제를 구해 모든 대상자들이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팍스로비드도 소아·청소년 대상 임상시험 2·3상에 들어간 만큼 치료제가 원활하게 공급되면 독감처럼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 등급 하향과 관련해서도 "2급 감염병인 결핵도 6개월간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돼 개인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감염병 해제 시기를 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방역이 대폭 완화될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더 두터워질 필요가 있다. 방역을 대폭 완화한다는 정부의 메시지로 인해 저위험군인 청·장년 활동량이 대폭 늘어나면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더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와 같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해 우선으로 검사와 치료를 실시하는 '고위험군 패스트트랙'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4일 브정례리핑에서 "(고위험군) 패스트트랙은 검사체계와 진료체계가 연동돼 가야하는 부분"이라며 "질병관리청에서 향후 RAT 검사의 (양성)인정 지속 여부나 보건소의 유전자증폭(PCR) 대상자 문제 등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어 여기에서 패스트트랙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겸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장도 전날 제10차 코로나특위 회의에서 "정부는 추가적 거리두기 완화,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 감염병 등급 조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아는데, 맞는 방향이지만 충분한 준비가 돼있는지 우려와 함께 시행 전 혼란을 막기 위한 철저한 선행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고위험시설·의료기관 감염관리대책 ▲독거노인 등 돌봄 지원대책 ▲직장 유급휴가 등을 거론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악을 대비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처럼, 또는 최상의 상황으로만 갈 것이라고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다가 준비해야 할 것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한다"면서 "2년 넘게 진행된 코로나19 상황에서 한 번의 유행이 지나가고 나서 새로운 유행 악화를 준비하지 못해 허둥지둥 했던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