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표단 “美, CVID 비전 공감… 쿼드 한국 역할 기대”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 격상 구상 전달… 공감 형성”
윤석열 정부 정책 조율을 위해 방미한 박진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 앞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웬디 셔먼 부장관 면담 결과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 정책 협의차 방미한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이 국무부 이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에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비전을 전했다. 미국 측도 공감했다고 한다.

박진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장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셔먼 부장관 면담 후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당선인의 대북 정책 비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도 이에 공감했다"라고 했다. 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추구하는 비핵화의 가장 최종 목적"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표현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당선인 측 공약이었던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실질적 가동도 설명했다. 박 단장은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라든지, 또는 이런 공격적 발언에 의한 심리전이라든지 이런 것에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 간 확장 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역할을 못 한 확장 억제를 위한 협의체, 이것을 재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같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 전환기를 맞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ICBM 발사와 최근 북한의 공격적 발언들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 간에 물샐 틈 없는 공조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했다. 또 "한·미 연합 방위 태세와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한 고위급 전략 회의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우리도 의연하게"라는 대응 기조를 밝히고, 비핵화 등을 "북한이 해야 할 과제"로 규정했다. 이어 "남북 간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을 북한이 취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화의 문을 열어 두면서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중시 기조도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박 단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 인권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 문제를 앞으로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며 특히 유엔을 거론,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됐을 때 한국이 가장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적극적 입장을 취하겠다고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서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협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신규 결의안 추진에 공감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박 단장은 이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결의안이 필요하다"라며 "다만 아시다시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상임이사국으로) 있기 때문에, 이 나라들을 설득해서 새로운 결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면담에서는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비공식 안보 회의체인 쿼드(Quad) 관련 언급도 있었다. 박 단장은 "쿼드는 아시다시피 우리가 지금 워킹 그룹에 참여해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미국 측에서도 대단히 바람직하고 한국의 역할에 기대를 많이 한다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오는 5월로 전망되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젠가는 열리게 될 텐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계기에 한국을 꼭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에서는 "여러 가지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셔먼 부장관과의 면담은 약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대표단은 이 밖에 존 캐리 기후변화 특사,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도 별도 면담했다. 미국 측에서는 에너지, 원자력 협력 담당 고위 실무자들도 동석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단에 따르면 캠벨 조정관은 이날 면담에서 한국의 쿼드 협력 의지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현재 유럽 최대 이슈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을 전했다고 한다.

일련의 면담에서는 북한 문제와 쿼드 외에도 기후변화 협력 대응, 청정에너지, 원자력 협력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박 단장은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울러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을 거론, "이런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신뢰를 바탕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여러 가지 도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서 동맹을 한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해 나가자는 당선인 구상을 전달하고 공감을 형성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 측도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핵심 축인 한·미 동맹을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코로나19, 또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차원에서 기여하는 파트너십으로 강화해 나가자는 우리 당선인 구상을 환영했다"라며 "한·미 간 협력의 폭과 넓이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박 단장은 또 "양측은 공급망, 첨단기술, 원자력, 그리고 백신 등 우리 안보와 불가분 관계인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이 향후 한·미 동맹의 주요 축이 되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며 "이런 뉴프런티어 분야 협력을 심화할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늘 국무부와의 협의를 통해 우리 신정부 출범 1일차, 첫날부터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한 공감대와 신뢰를 복원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미 동맹, 북핵 문제, 경제 안보와 기술 동맹, 그리고 지역과 글로벌 차원 파트너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정책 공조의 토대를 구축했다"라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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