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본격화된 오미크론 유행이 두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4월에도 당분간 20만~40만명대의 확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소세가 완만할수록 위중증·사망 등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고, 다음달 3일 현행 '8인·오후 11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상황에서 추가 완화가 유행 감소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유행이 안정되기 전 사망자가 더 늘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당분간 확진자 억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17일 62만명대로 정점을 기록한 주에는 일주일간 하루 평균 40만5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지난주에는 35만8000명대로 약 12%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앞서 오미크론 유행을 겪은 국가들처럼 확진자가 급속히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높은 전파력의 하위 변이 BA.2 검출률이 최근 4주동안 10.3%→22.9%→26.3%→41.4%로 빠르게 늘며 우세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주말 검사량이 줄고 평일에는 늘어나는 만큼 확진자 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서히 내려갈 것"이라며 "오미크론 감염이 일상화된 가운데 감염되지 않은 분들이 많아 신규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달 초에는 사망자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유행에도 위험이 큰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확진자의 1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하루 (최대) 470명의 사망자 수는 약 25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할 때 확진된 이들로 봐야 한다"며 "(정점인)50만~60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지금의 2배 이상인 800~900명대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월1일부터 5월30일까지 오미크론 유행기간으로 간주하면 120일간 하루 평균 200명, 즉 2만4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며 "하루에 최대 500~600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사망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는 1000~1100명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코로나19에 의한 호흡기 증상은 경미한 반면,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한 확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호흡기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확진자의 기저질환 치료는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 진료과의 병상에서 우선 치료한다. 이 경우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중증 치료가 길어지는 중환자에 대해 퇴실권고 없이 퇴실 명령을 내리는 등 병상 회전율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반면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했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확진 사망자로 집계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꽉 찼다고 보고 있다"며 "위중증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까지 고려하면 추가 사망자는 3만~6만명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사망자 급증 가능성에 대비해 중환자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의 결단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엄중식 교수는 "고위험군의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희생자를 막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작년 12월 델타 유행 당시에서 그런 상황까지 갔었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병상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미리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는 조정이 어려워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종료되는 '8인·오후 11시' 거리두기의 추가 완화 여부도 유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인 이상의 회식이나 11시 이후 심야 영업이 가능해지면 확진자 억제가 어렵고 위중증·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엄중식 교수는 "사망자 발생을 막기 위해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되는데 한 쪽에서는 (방역 완화를)부채질하고 있다"며 "유행 안정화를 위해 한 달 가까이 봉쇄에 가까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정권교체 시기인 만큼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