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62만 명대로 치솟은 가운데 급증하는 재택치료자와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숨은 감염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손 놓은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오미크론을 '계절독감' 수준이라 언급하며 이번 주가 유행의 '정점'이라 판단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곧 100만명을 돌파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보이고 있다.
17일 방역당국,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62만1328명 늘어 누적 825만592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내 확진자는 18만1994명 발생, 누적 확진자는 233만1981명이다.
무증상자, 경증자 등 일반관리군은 확진 뒤 과거와 달리 정기적인 모니터링이나 셀프관리 재택치료키트가 제공되지 않은 채 재택치료에 들어간다.
필요한 경우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나 24시간 의료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면진료가 필요하면 사전 예약 뒤 외래진료센터를 방문해도 된다.
확진자는 검체채취일로부터 7일 뒤 자동으로 격리가 해제된다. 따로 검사를 받을 필요 없다.
60대 이상, 면역저하자는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돼 하루 2차례 유선 모니터링, 재택치료키트(해열제, 체온계, 산소포화도측정기, 세척용 소독제, 자가검사키트)가 제공된다.
건물 내에 확진자 1명만 발생해도 전체를 소독하고, 재택근무를 시키는 것과는 달리 사정이 이렇다보니 '셀프방역'이라는 우려와 함께 '확진자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확진자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에는 격리해제일, 안내 전화번호 등만이 간략히 적혀 있다. 자세한 설명이 없는데다 전화연결도 어려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대응방법을 몰라 당황했다는 시민들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확진돼 재택치료 중인 A(21)씨는 "양성 통보 이외에 보건소에서 어떻게 대처하라고 연락 한 통 없더라. 몸은 아픈데 보건소는 연락을 안 받으니 여기저기 검색하고, 친구들에게 물어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핫라인이 제대로 안 돼 있으니까 혼자 자취하는데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격리가 해제된 B(26·여)씨는 "말이 재택치료지, 그냥 격리일 뿐이다. 알아서 약 타고, 알아서 치료하는거지 정말 아파도 방역당국에서 대응하는 건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가족이 확진된 C(33)씨는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부모님께서 코로나19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듣고 근처 비대면 진료 병원 연락처를 찾아 비대면 진료 받으시도록 하고, 약국 가서 약도 찾아다 드렸다. 검색을 못 하거나 주변에 젊은 사람이 없는 장년층, 노년층은 대응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재택치료 방역시스템에 대한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아 확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 맘카페에는 코로나19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게시판이 생겼다. 매일 수십 건의 코로나19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아이가 39도가 넘어서 응급실에도 전화하고 보건소에도 전화하는데 병상 확보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받고, 119는 이상한 병원 번호나 알려주고..."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회원은 "재택치료는 그저 방치되는 거다. 코로나19 3년째 검사나 계속 해대고 의료체계도 제대로 안 돼 있고 뭘 한건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아이들도 넣어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수원에 사는 4개월 아이를 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아이 친구가 코로나19로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호흡곤란으로 2분 동안 호흡이 멈춘 상황이 발생했다. 119에 전화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했다. 입원 가능한 병원을 알아봤지만 보건소로 연락하라고 했고, 보건소로 연락하니 바로 119를 불러야지 왜 여기로 전화했냐고 하더라"고 적었다.
그는 "최근 수원에서만 코로나19로 4개월, 7개월 아이 2명이 사망했다. 또 한 명의 아이가 잘못돼야 나라가 정신차리고 매뉴얼을 바꿀 것인가. 아이들만큼은 위급상황에 바로 대처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고용불안이나 생업 등을 이유로 자가검사키트 양성 판정 이후 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기피하는 숨은 감염자,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오미크론 계절독감론'를 거론하며 16일에서 22일을 코로나19 확산세의 정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21일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지침을 18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유행은 이제 정점을 향해 확진자 발생이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주 또는 늦어도 다음 주 정도가 이번 유행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역상황이 이미 대응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다"며 정부의 때늦은 방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아침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독감은 전파력이 오미크론의 5분의 1이나 7분의 1밖에 안된다.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하루에 발생하지도 않는다"며 "독감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역당국이 유행의 정점을 16일에서 22일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어떻게 날짜를 찍어서 예상을 하나"라며 "지금의 이런 상황 자체가 악화되고 있으면 정점은 이후도 더욱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처음 전면 재택치료 전환됐을 때, 재택치료가 아니라 재택방치라고 지적했지만 방역당국에서 듣지 않았고, 현재는 의료진도, 보건소 역량도 대응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리두기를 강화해서 확진자를 줄이고, 중증 환자를 줄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관리가능한 수준을 넘어갔다. 대비가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이 손을 놓은 상태다. 정부가 재택치료자를 관리하는게 아니라 '감기 정도니까 알아서 조절하라'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 면역따라 백신접종여부 상관 없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어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약을 최대한 풀고, 종합병원 등 외래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초 미국의 확진자가 하루 100만도 넘어선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60만명 확진 상황은 인구 수로 비교했을 때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