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 국정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명의 인수위원장과 24명의 인수위원 인선을 마무리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인수위 구성에 여성 할당제나 영·호남 지역 안배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을 제대로 모시려면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국민들을 제대로 모시고 지역 발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게 우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대로 여성, 지역 등의 안배는 특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4명의 인수위원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 백경란 성균관대의대 교수(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으로 단 세 명, 비율로 따지자면 12.5%를 차지했다.
지역으로 분류했을 때는 서울 출생이 12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경상도 등 영남 출생이 7명으로 약 30%다. 그밖에 경기도(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인천광역시(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 강원도(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전라북도(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출생 등이 각각 1명 포함됐다. 충청도 출신 인사는 전무하다.
◆이명박계·박근혜계?… 공무직 오래 수행한 전문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인물들도 다수 포진됐다.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냈다. 윤 당선인과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로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 위원으로 발탁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또한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청와대에서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기획관 등을 지내며 '외교안보 실세’로 통했다.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MB맨이다.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으로 일하며 한미안보협의회(SCM) 실무에 관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인사들은 경제 분야에 대거 기용됐다.
경제1분과 간사 최상목 농협대학교 총장은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를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했다. 경제1분과 위원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이다.
사회복지분과 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 역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바 있다.
다만 인수위 내부에서는 이들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로 낙인 찍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공직에 몸 담았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를 해온 전문가가 특정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이유만으로 'MB맨' '박근혜 사람'으로 수식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입김 곳곳에… '安복심'도 인수위 합류
인수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그립감도 상당하다.
기획조정분과 위원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명실상부한 안철수의 사람이다.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2012년 대선, 2013년 국회의원 선거, 2019년 대선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를 보좌한 '안철수의 복심'이다.
경제2분과 간사인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경제2분과 위원인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도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다. 안 위원장은 이 교수와 카이스트 재직 시절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인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도 안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천한 인사다.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인 백경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안 위원장의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와 서울대 의대 동기다. 감염병 전문가인 백 교수는 윤석열표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인사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