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신대학교는, 총신대·칼빈대·대신대와 함께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 측 목회자와 하나님의 일꾼을 길러내는 대학이다. 지난 1954년 광주신학교로 설립돼, 1996년 12월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됐다. 학령인구 급감과 글로벌시대 해외대학의 유입,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대학들의 전반적 어려움 속에서도 신학대라는 특성을 살려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통보수신학과 신앙을 지키고 전수하는 선지학교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과 나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한국의 제네바’를 소망한다. 기독일보는 지난해 12월 이 대학 제8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경윤 목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김 총장은 취임 직전까지 약 18년 동안 목포 창조교회를 담임하는 등 약 40여 년 동안 목회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최근 광신대 신임 총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간단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먼저는 67년 전인 1954년 광신대를 호남의 심장인 이곳 광주 땅에 세우시고 지금까지 선지학교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케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정규오 목사님과 정규남 목사님 등 훌륭하신 전임 총장님들의 수고와 헌신을 통해 광신대가 학부 5개 학과, 6개 대학원 등을 갖춘 명실공히 명문신학대로 발전케 하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개교 이래로 지금까지 학교를 위해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신 지역교회와 성도님, 목사님 그리고, 1만5천여 동문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와 함께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가르침과 섬김의 사역을 묵묵히 감당해온 교수님, 직원님, 강사님들의 전적인 헌신과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부족한 저에게 크신 은혜를 주셔서 약 40여 년 동안 목회사역을 잘 감당케 하시고, 이제 선지학교를 위해 마지막 사명을 감당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Q. 앞으로 총장으로 재직하시는 동안 광신대를 어떤 대학교로 세우시길 원하십니까?
A. “광신대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선지학교로서 그 사명과 비전이 이미 선명하고 확실히 드러나 있는 학교입니다. 지금까지 전임 총장님들께서 학교의 기초를 튼튼히 놓으시고, 이처럼 정통보수신학을 표방하는 명문 신학대로 성장시키셨습니다. 이에 저는 그 분들의 수고와 헌신을 이어 받아 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지금까지 광신대는 ‘칼빈주의 신학의 보수와 선포’, ‘성령충만으로 세계복음화’ ‘경건한 신앙의 생활화’라는 교훈을 중심으로 기도와 말씀으로 사역하는 주의 종들을 배출하는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저와 광신대의 간절한 바람은 말세지말 무너져가는 한국교회에 칼빈주의 정통보수 신학과 신앙으로 무장한 신실한 주의 종들을 많이 배출해 교회와 나라, 세계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역사에 질그릇처럼 쓰이길 소망합니다. 광신대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 이제 그것을 제가 잘 이어가면서 광신대를 잘 세워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정통보수신학’이란 무엇입니까?
A. “정통보수신학은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 것으로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이에 근거해 칼빈주의 개혁신학을 계승·보전·발전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신학과 신앙은 하나님중심, 성경중심, 교회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이러한 신학적 토대 위에 우리의 경건한 신앙을 위한 실천적 노력인 기도생활, 예배생활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정통보수신학이 그 빛을 발한다고 믿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그런 정신으로 목회해 왔습니다.”
Q. 광신대는 특별히 예장 합동 교단의 목회자를 길러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단 내 광신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우리 교단 산하의 신학대는 서울에 총신대를 비롯해 호남지역에 광신대, 영남지역에 대신대, 경기도에 칼빈대가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인재를 잘 양성해 지역교회와 사회를 섬길 수 있도록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에 우리 광신대의 첫째 역할은 교단산하 신학대로서 이곳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는 신실하고 역량 있는 사역자와 봉사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교단이 지향하고 있는 정통보수신학과 신앙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입니다. 현재 사회에선 동성애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젠더갈등, 세대갈등, 종교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차별금지법 등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성경에 근거한 올바른 신학적·신앙적 해석과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광신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교단 신학교로서 기존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목회정보의 제공과 함께 교회교육과 사회봉사 등에 관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비대면 시대 등에 대한 신학적·신앙적 입장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우리 교회와 신앙인의 참여범위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래 교회 상황에 대한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것도 신학대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Q. 오랫동안 목회자의 길을 걸어오셨는데, 신학교 총장으로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A.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지금 국내의 모든 대학들이 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해 있고, 특히 지방소재 대학과 소규모 대학들은 생존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학교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을 믿고 그 말씀에 순종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고, 이 어려움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목회 현장을 잘 알고 있기에 신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시고 성령님이 이 땅에 오셔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학교는 이 교회가 잘 세워지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따라서 신학교는 좋은 신학자를 통해 좋은 목회자를 길러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성경 말씀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하고 기도와 사랑으로 모든 것을 세워가야 합니다. 항상 기본이 살아야 모든 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Q. 앞서 언급하셨다시피, 오늘날 저출산 등으로 인해 신학교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광신대 상황은 어떤가요?
A. “이는 지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예측되었고, 이제 우리의 현실이 된 문제입니다. 이에 광신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지금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 대처해 왔습니다. 여러 가지 방안중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이미 학부의 정원은 최소로 감축했고, 다양한 과정의 대학원과정을 설치·운영하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변화를 진행해 왔습니다. 현재는 학부의 입학정원은 122명으로 최소화·정예화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학생모집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노력으로 오래 전부터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인 신학대학원(M.Div.)을 기본으로 Ph.D.(철학박사), D.Min.(목회학박사)는 물론 목회현장과 교회사역에 필요한 상담, 사회복지, 교육학 등 석·박사과정이 설치된 일반대학원의 설치·운영과 함께 국제대학원, 상담치료대학원, 사회복지대학원, 음악대학원 등 6개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부 입학정원의 2배가 넘는 입학정원 253명으로 대학원중심대학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지역교회와의 유대강화 노력입니다. 광신대는 기본적으로 이 지역교회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리 대학교는 바른 신학과 경건한 신앙을 소유한 양질의 인재들을 배출해 지역교회에 보내주고, 지역교회는 물적 후원은 물론 인적자원을 보내주는 공생관계임을 서로 인식하고, 1954년 설립 이래로 지금까지 이를 위해 광신대와 지역교회가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수년 동안 광신대는 학부신입생충원율 100%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학원도 매년 정원의 90%정도를 충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은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정보공시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Q. 한국 기독교가 위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A.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만, 모두가 위기의식에만 빠져 있지 말고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기억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찾기 위해 기도하면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위기에 대한 원인은 아주 많지만 40여 년을 목회현장에서 사역한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감히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 기독교의 나태와 교만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과 경제적 풍요로 말미암아 과거 성경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 신앙인들이 목이 곧아졌고, 하나님보다 물질을 의지해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이 아닌 맘몬신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교회의 새벽제단이 점점 소멸되면서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잊고, 자신의 능력과 세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이 오늘날 우리 개인의 신앙을 오염시키고, 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루터와 칼빈이 종교개혁을 통해 주장한 것처럼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야 하며, 사사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을 숭배해 하나님의 징계의 채찍을 맞고 다시 하나님께도 돌이킨 것을 거울삼아 물질과 세상을 의지하는 우리의 어리석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오직 기도와 말씀 그리고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것 밖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가장 큰 위기는 한국교회에서 신앙의 전수가 안 되고 있는 점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신앙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손자 손녀에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신앙이 동일합니다. 그들 모두 하나님의 도성을 바라보는 종말론적 신앙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부모들이 지식들을 그저 교회에 맡겨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에서 목회할 때 세대통합예배를 드렸습니다. 세대별로 따로 따로 예배를 드리지 않고 부모와 자녀들이 한 곳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마치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두고 ‘아이들이 떠들 것이다’, ‘설교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등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 예배를 드리면서 성령의 임재 가운데 그런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되는 걸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신학교가 이처럼 교회와 가정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그 신학적 기반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Q. 끝으로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다만, 이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예수님의 제자 된 우리들은 우리의 바른 신학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반목과 분열보다는 일치된 모습으로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고 돕는 그리스도의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 받는 일도 있지만 주님께서는 여전히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회개하고 주님께로 돌아가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돌아가고 사회에서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다면 한국교회엔 소망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위기라는 말을 하지만, 위기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연약해지면 하나님을 찾게 됩니다. 고난과 어려움이 있을 때 주님께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안 되는 것도 우리가 안 되는 것이지 하나님께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믿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겨진 사명에 충성한다면, 하나님께서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