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당 각하결정 취소의 소에서 10일 이 같이 판결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2일 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선원 2명을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후 한변은 이것이 우리 헌법과 ‘고문방지협약’ 및 ‘북한이탈주민법’ 등에 반하는 인권침해라며 이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해자들이 이미 북한으로 추방된 상황에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비사법적 구제기관인 인권위의 조사권한의 한계상 정보접근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이 진정이 ‘위원회(인권위)가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인권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2020년 11월 23일 각하를 결정했다.
우선 법원은 인권위가 각하 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인권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대해 “‘보다 직접적·효과적인 다른 구제수단이 법령상 보장되어 있는 경우’ 등의 객관적 사유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즉, 다소 추상적인 해당 조문을 임의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피해자들이 이미 북한으로 추방된 관계로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함에 있어서 나포 과정, 피해자들이 저질렀다고 추정되는 범죄의 행태 및 내용, 대한민국으로의 귀순 의사 등에 관해 인권위가 피해자들의 진술을 청취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며 “그러나 인권위에는 광범위한 사실조사 권한이 있고, 인권위는 이 사건 진정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추방과 관련한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결과 등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들의 나포 경위, 피해자들의 진술 및 귀순 의사 확인, 북한의 반응 등 피진정기관(정부)의 판단 경위 및 근거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바, 이 사건 진정의 본안판단에 나아가기에 충분한 정도의 자료수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이미 피해자들이 북한으로 추방되어 이 사건 진정 관련 조사를 원하는지에 관한 피해자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사건 진정을 각하하게 된 사정 중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3호는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제기한 진정에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이를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해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이 사건 진정의 각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그렇다면 원고(한변)의 청구는 이유 있다”며 인권위의 해당 각하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