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역구도로 다시 회귀 조짐에… 李·尹 득실계산 분주

87년 개헌 이후 고착된 지역구도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고착된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가 이번 대선에서도 위력을 과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호남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매선거마다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지역주의를 보여왔다. 인구수에서 앞서는 영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지역 대결 구도에서 4번 승리했다. 반면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는 정치 연대와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3번 당선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파로 국민의힘 계열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2배 이상 격차로 2위에 그쳤다. 경남에서도 1%포인트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대별·성별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지역 대결 구도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자당 텃밭에 정치적 기반이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새롭게 등장한 세대별·성별 구도 등을 발판 삼아 상대 안방 표심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양당 지도부가 상대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최소 40%와 25% 표를 가져오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 모두 공언한 목표치에 근접한 지지도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막판까지 초박빙 구도가 지속되면서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가 다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응답률 16.5%·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이 후보는 38%, 윤 후보는 39%를 기록했다. 오차범위내 초박빙 접전에도 지역 대결 구도는 공고했다.

광주·전라는 이 후보(74%)가 윤 후보(7%)에 오차범위 밖에서 큰 우위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윤 후보(62%)가 이 후보(19%)를 오차범위 밖에서 압도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윤 후보(43%)가 이 후보(3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영호남 투표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텃밭 격인 호남은 전남(51.45%, 81만3530명), 전북(48.63%, 74만5566명), 광주(48.27%, 58만3717명)가 17개 시도 가운데 상위 1~3위를 독식했다.

반면 국민의힘 터전 격인 영남은 경북(41.02%, 93만2500명)을 제외하면 경남(35.91%, 100만9115명), 울산(35.30%, 33만2600명), 부산(34.25%, 100만499명), 대구(33.91%, 69만4000명) 모두 17개 시도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대구는 하위 3위에 그쳤다.

사전투표 연령대와 성별 등이 공개되지 않아 '서고동저'의 투표율 지형이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영호남의 응집력 격차는 각 진영의 동향을 점쳐볼 풍향계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확산 등을 우려해 본투표를 선호해온 지지층에 이례적으로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해왔다. 영남의 저조한 사전투표율은 보수층의 투표 심리가 약화됐거나 후보를 관망하고 있다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 이후 지지층에 위기감을 자극해왔다.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은 이 후보를 온전히 지지하지 않던 표심이 정권 상실 우려에 뭉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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