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생전 ‘최고의 지성’으로 불렸으며, 70이 넘은 나이에 기독교인이 됐다.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1990~1991년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특히 과거 무신론자로 알려졌지만, 지난 2012년 먼저 세상을 떠난 딸(故 이민아 목사)의 전도로 기독교인이 됐다. 그리고 지난 2007년 7월 24일 세례를 받았다. “오늘부터 저는 신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동안 많은 직함을 갖고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이 외로울 수도 있지만 신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습니다.” 고인의 말이라고 한다.
그가 지난 2017년 펴낸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무신론자였던 고인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까지의 인간적인 망설임을 담은 고백록이다. 고인은 기독교인으로서 지성에서 영성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그에 따른 진솔한 생각을 이 책에 자세히 기록했다.
또 고인이 생전 가장 최근에 펴낸 책 「메멘토 모리」에 실린 대담엔 이런 대목이 있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는 증명하는 관계가 아니라 믿음의 관계고 하나님은 믿음의 대상이지요. 그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이고 남녀의 사랑이고 종교에서 말하는 믿음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신앙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주요 저서로는 「지성에서 영성으로」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생명이 자본이다」 「지성의 오솔길」 「디지로그」 「차 한 잔의 사상」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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