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들로 구성된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하 사학미션)가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에게 ‘사립학교의 특수성·자주성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 정책’을 제안했다.
사학미션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목사)과 함께 23일 오후 서울 경신중고등학교 언더우드기념관에서 개최한 ‘기독사학 비전선포식’에서 해당 정책 제안서를 공개했다.
◆ “사학 건학이념 구현 위해 자율성 확대해야”
여기에서 사학미션이 제안하고 있는 정책은 크게 ①과도한 입시 위주 교육 지양(학원휴일휴무제·수능상시실시제) ②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존중(종교계 학교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인정돼야) ③사립학교의 특수성·자주성 보장 ④자사고·특목고 존치 및 미래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중점학교 지정 ⑤대안교육 지원 확대·홈스쿨링 법제화 등이다.
특히 ③에 대해 사학미션은 “사립학교가 존립해야 함을 인정하고 사립학교가 고유한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해방 이후 공교육을 과도하게 사립학교에 의존하던 방식을 탈피해 중등 및 고등교육에서 국·공립학교의 비율을 확대해야 하며 사립학교는 그 특수성과 자주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사립학교를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립학교법 대신에 사립학교들이 스스로 자정하며 건강한 사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진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비전선포식에서 박상진 교수(사학미션 상임이사, 장신대 기독교교육학)는 “‘교육이 고통이 아니라 행복인 나라로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의 책임이요, 우리 모든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사명”이라며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 내의 다음세대 위기 문제에 몰두하느라 교육고통을 외면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사학도 건학이념 구현과 존립이 위태로운 나머지 사립학교의 자율성 확립에 집중하느라 교육고통을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이제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가 우리나라의 교육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금번 대통령 선거는 그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학미션 이사장인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담임)는 이날 비전선포식에서 “2022년도는 ‘대통령 선거’와 ‘전국 지방선거’ 등 매우 중요한 국가 일정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는 기독사학의 미래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예정된 두 번의 선거를 통해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유권자 운동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며, 이를 담당해야 할 한국교회와 사학미션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한편, 이날 비전선포식에서는 기독교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들이 소개됐는데, 그 중 ‘기독교학교 자정위원회’ 구성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사립학교법(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 계획이 눈길을 끌었다. 전자가 ‘내부’ 개혁을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외부’ 상황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 ‘기독학교 자정위’ 구성 “스스로 돌아볼 필요”
기독교학교 자정위원회는 기독교 사립학교의 윤리적 수준과 투명성을 높여 이 사회가 기독교 사립학교에 요구하고 기대하는 책임을 온전히 다하기 위해 사학미션 정관에 따라 구성된 조직이다. 위원은 김신 전 대법관(위원장)을 빌롯해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전 담임), 전재중 변호사, 허종렬 교수(서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김영식 대표(경기도 혁신학교추진위원)다.
위원회는 향후 사업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밝히고 있다. ①기독교 사립학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 ②기독교 사립학교 윤리강령 마련 ③기독교 사립학교의 분쟁과 회계부정 등 윤리강령 위반 여부 심의 ④기독교 사립학교의 비리 및 비위 사실 상시 접수 ⑤기타 기독교 사립학교의 투명성과 공공성 제고를 위한 역할을 감당이 그것이다.
위원장인 김신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는 해방 후 교육권을 책임질 재정적 능력이 부족해 오랫동안 국가를 대신해 개인이 건학이념에 따라 학교를 설립해 운영했다”며 “국가는 사립학교에 부채를 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그런데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이에 비례하여 사학에 대한 공공성을 강조했고 사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며 “학생선발, 교과과정, 등록금에 대한 규제가 이뤄졌고, 작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교원임용권까지 사실상 박탈함으로써 사립학교가 건학이념을 이루기 위해 교육할 길이 없게 됐다. 특히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기독교 사립학교는 더 이상 기독교 정신을 펼칠 방법이 거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독교 사립학교는 이런 상황을 국가와 사회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기독교 사립학교가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였는지, 혹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잘했던 일은 더 열심히 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시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 노력의 일환이 바로 기독교학교 자정위원회라는 것.
◆ 개정 사학법에 대응한 3월 초 헌법소원 계획
아울러 사학미션은 개정 사학법에 대응해, 오는 3월 초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헌법소원 주요 대상 조항은 ①교원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의 시도 교육감 위탁 ②교육청 징계심의위를 통한 징계처분 ③교직원 징계요구에 불응시 임원승인 취소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그 동안 주로 ①이 논란이 돼 왔는데, 해당 조항은 교원의 신규 채용을 위한 공개전형 시 “필기시험을 포함해야 하고, 필기시험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해 실시해야 한다”는 제53조의2 제11항이다. 여기에는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필기시험을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 법률 대리인을 맡은 이정미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기독 사학에 요구되는 신앙과 인품을 갖춘 교원 선발이 반드시 필기시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교원의 선발은 사학 이념의 구현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학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 구성원인 교원 선발은 사학이 담당하고, 채용비리 등은 다른 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개정 사학법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재훈 목사는 “우리는 21대 국회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통해 기독사학의 자율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 활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독사학 자정위원회’ 활동을 통해 교육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기독사학의 내적 갱신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사학법 재개정 통해 사학 건학 이념 지키자”
이 밖에 이날 비전선포식에선 류영모 목사(한교총 대표회장, 예장 통합 총회장)가 예배 설교를 맡았고, 김기현(국민의힘 원내대표)·조해진(국회 교육위원장,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했다. 또 김운성(영락교회 담임)·이철(기감 감독회장)·고명진(기침 총회장)·김은호(오륜교회 담임) 목사가 ‘기독사학 비전선언서’를 발표했다.
류영모 목사는 설교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통해 사학의 건학 이념과 한국교회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6만 교회 1천만 성도가 힘을 모아 가자”며 “사학의 건학 정신과 이념을 지켜가자”고 역설했다.
김기현 의원은 축사에서 “기독 사학의 절대 다수인 종립학교의 경우 고유한 건학 이념과 목적을 갖고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이에 대한 침해는 단순히 학교 차원을 넘어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는 게 제가 가진 확고한 소신이다. 사학법 재개정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