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한영훈 목사)가 22일 오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칼빈의 개혁주의 신앙과 예배회복’이라는 주제로 ‘한국장로교 정체성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는 박경수 교수(장신대 역사신학), 박용규 교수(총신대 역사신학),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조직신학)가 맡았고, 발제 후에는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한국장로교 정체성 세미나’는 그 동안 한장총이 지속해온 장로교 정체성 회복운동의 전통을 따라 ‘장로교 정체성이 회복 되어야 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이룰 수 있다’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 “건강한 목회자, 교회 갱신에 필수적·본질적”
이후 ‘21세기 한국교회 목회자 위기 극복을 위한 고찰: 16세기 제네바 교회의 목회자 선발과 훈련에서 배우는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박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는 제도나 신학이나 예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 특별히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목회자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목회자의 수준은 곧 그 교회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누가, 어떤 자격을 지닌 사람을, 어떤 절차와 방법을 통해 목회자로 선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며 연구해야 한다”며 “또한 목회자의 교육과 훈련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6세기 제네바의 목회자 선발과 훈련 등을 살핀 박 교수는 “칼빈의 제네바는 목회자를 선발하는 분명한 기준과 방식과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며 “제네바에서 목회자가 되려면 성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그 생활이 거룩하고 순전해야 했다. 하나님으로부터 내적 소명을 받은 사람 중에서 교리와 생활의 외적 검증을 거친 사람만이 목회자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목회자를 세울 때에는 제네바 목사회와 시의회와 전체 성도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했고, 기도와 안수와 선서를 통해 비로소 적법한 목회자로 선발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네바의 목회자 선발 기준과 방식에 현재 우리의 실상을 비춰볼 때, 한국교회에서 목회자가 되는 길이 너무 쉽고 넓고 편안한 길은 아닌지, 목회자 후보생의 영성, 인성, 지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목회자를 안수하는 예식이 너무 형식적이거나 무미건조한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의 한국교회와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하고 철저한 목회자를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목회자를 양성할 때 비로소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며 “참되고 신실한 그리고 건강한 목회자는 교회 갱신에 필수적이고 본질적”이라고 했다.
◆ “성경의 권위 강조하고 교파주의에 안 빠져”
이어 ‘한국장로교 신앙의 정체성 1884-1934: 초기 한국장로교 선교사, 교회, 목회자 그들의 신앙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박용규 교수는, 특히 과거 평양장로회신학교 교수회가 신학생들과 전국의 장로교 목회자들을 위해 발간한 정기간행물 「신학지남」 창간호부터 1권 4호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초기 한국에 파송된 장로교 선교사들의 신앙을 살폈다.
박 교수는 그것을 △성경에 대한 강조 △말씀선포의 중요성 △성령에 대한 중요성 강조 △성경 중심의 실천으로 요약했다.
그는 초기 선교사들이 “성경을 전도, 선교, 교회생활, 그리고 교회교육에 있어서 최상위에 두었다. 이들은 성경을 번역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성경대로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도전을 주었다”며 “성경이 영감된 오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강조했고, 성경의 절대권위를 존중했다. 한국교회가 성경중심의 교회로 평가를 받았던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장로교라는 정체성을 가졌지만 교파주의나 교단주의에 함몰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신학교가 성경중심의 신학교육을 실시했지만 동시에 영적, 도덕적, 지적으로 겸비된 목회자 양성, 사회적 책임을 심절히 의식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복음주의 정신의 목회자를 양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33명의 독립선언서 서명자 중에 16명이 기독교인이고 그 중 7명이 장로교 목회자나 교인인 것은 우연히 아니”라며 “남강 이승훈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한국장로교에서 배출됐다”고 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첫 반세기 동안 한국장로교가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의 중심축이었다”며 “한국장로교가 부흥의 주역이 된 것은 처음부터 사경회운동을 통해 성경을 배우고 전도를 실천하는, 성령의 충만한 역동적인 복음전도자를 양성하려고 한 결과”라고 했다.
◆ “공동체 예배의 중요성 반드시 회복되어야”
이 교수는 “심각한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는 모든 분들이 다 온라인으로 예배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런 경우 외에는 성도들 대부분이 참여하여 예배당에서 하는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주이고, 몇몇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이것은 다 비상한 상황에서 하는 비상한 조치일 뿐”이라고 했다.
또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성도들의 건강과 특히 지역 사회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상 교회 공동체의 안전과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런 때에도 하나님 앞에 참으로 황송한 마음을 가지고서 이렇게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이지, 이런 식의 모임도 정당한 것이라는 태도가 일반화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행하는 비상한(extra-ordinary)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어느 나라에서나 직접 참여하는 예배(in-person worship) 대신에 소위 온라인 예배(virtual, online worship) 등이 주도적인 것으로 떠 오른 것이 가장 특징”이라며 “그러나 이번에 경험한 것을 통해서 필요하면 꼭 예배당에 참여하지 않고도 예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화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우리들이 꼭 예배당에 모여서 예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부득이한 일들이 점점 확대하여가는 미끄러운 경사 길에 우리들이 놓이게 된다”며 “처음에는 어딘가에 강력한 제동 장치를 마련해 놓고 이 경사 길에 있다고 해도, 결국 점점 그 경사길 밑으로 내려가서 종국에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일을 우리 마음대로 하게 된다. 그런 교회가 되는 것은 참교회가 아닌 교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우리들은 교회의 공예배는 그 교회 공동체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다 참여하여 함께 하나님께 절하는 것임을 아주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이 공동체 예배의 중요성이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