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아~.", "멋있었어, 진짜."
인터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최민정(성남시청)을 발견하자마자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최민정에 달려들었다.
직전까지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이 역력하던 대표팀 맏형 곽윤기(고양시청)는 물론이고 황대헌(강릉도청), 이준서(한국체대), 박장혁, 김동욱(이상 스포츠토토)까지 금메달을 딴 최민정을 축하하기 바빴다. 남자 대표팀에 둘러싸인 최민정도 환하게 웃으며 "축하한다"고 답했다.
최민정이 여자 1500m 2연패를 일구고, 남자 대표팀이 12년 만에 올림픽 5000m 계주 은메달을 수확한 17일 밤,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 믹스트존의 풍경이었다.
몇 달 전만 해도 대표팀에는 '위기'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었다.
안팎으로 흔들렸다.
대표팀 에이스 심석희(서울시청)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최민정(성남시청)에 고의 충돌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동료들을 험담한 메시지까지 공개돼 선수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전력도 예년같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이 징계를 받고 중국으로 귀화하는 등 최고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단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더 많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대표팀은 더 똘똘 뭉쳤다.
곽윤기는 진천 선수촌에서부터 계주 경험이 적은 여자 선수들을 위해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에 따로 '특별 강의'를 열었다. 최민정도 늘 자신의 훈련을 도와준 남자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남자 대표팀은 베이징 선수촌 입성 후에도 밤이 깊도록 수다를 떨며 우애를 다졌다.
그렇게 서로를 믿고 다시 달린 대표팀은 이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곽윤기는 "이번 대표팀은 내가 여태껏 경험한 대표팀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말 가족같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면 나도 모르게 경쟁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번엔) 서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런 후배들을 만나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황대헌도 "대표팀 동료들이 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민정에게 빌려준 '힘'을 돌려받지 못해 남자 5000m계주에서 은메달에 그쳤다는 곽윤기의 투정도 대표팀의 훈훈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며칠 전 여자 3000m 계주를 앞두고 곽윤기 선수가 '힘을 줄테니 잘 해봐라'라고 했다. 남자 계주를 앞두고 다시 힘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마무리가 중요하니까 제가 더 쓰겠다'고 하고 안 줬다"며 웃은 최민정은 "제가 힘을 안 줘서 은메달을 땄다고 하더라"며 민망해했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더 고마운 동료들이다.
최민정은 "올림픽 경험이 많은 윤기 오빠뿐 아니라 올림픽이 처음인 선수도, 다관왕에 도전하는 선수도 있었는데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경기나 스케이팅에 관련해 피드백도 많이 줬다. 남자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정말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