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호소문에서 “우리는 지난했던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미력하나마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힘써 온 한국교회의 늙은이들”이라며 “오늘 우리가 많은 망설임 끝에 이 자리에선 것은 우리가 그동안 지향하고 추구해 온 ‘정의와 연대, 화해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되고, 역사가 후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한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온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가혹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일제 식민지배,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의 폭압과 혹독한 가난의 세월, 참으로 깊은 고난의 역사였다”며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죽고 다쳤는지 그 아픔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민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현대사는 그 아픔들을 극복해 온 아름답고 자랑스런 역사이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후진국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세계사의 흔치 않은 모범을 만들어 내었다”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또 “이미 한류의 문화 콘텐츠는 온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고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제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우리 국민의 땀과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룬 성과가 아무리 자랑스럽다 해도 오늘 우리 앞에는 여러 가지 문제와 도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이들은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국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특별히 젊은이들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 세계 최악을 가리키는 자살률과 저출산율,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 분단 70년을 넘기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과제, 온 인류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의 극복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의 대선은 더 좋은 사회를 향해 우리가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기회이지 과거로 회귀하는 자리가 될 수 없다”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증오와 갈등,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부정의 정치가 아니라, 타자를 배려하고 수용하는 긍정의 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는 보복과 반대, 미움과 부정의 논리,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는 선동적 구호, 오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일방적 성장주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하는 여러 사회적 도전과 위기의 극복은 과거의 생각과 낡은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 앞에 놓인 이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낡은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세상을 보고,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세상은 지금까지 통용되었던 정치적 관행과 법을 빙자한 특권적 반칙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또한 기술과 과학, 정치공학과 경제발전만으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세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세월을 통해 충분히 배우고 경험했다”며 “지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더 근본적인 가치의 모색과 급진적인 회개,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겸손과 배려, 용서와 사랑, 욕망의 절제와 단순한 생활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때”라고 했다.
또한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회대변혁의 책임을 감당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과제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며 “우리는 온갖 역경을 뚫고 여기까지 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호소한다. 지금까지 달려온 우리 역사를 퇴행시켜서는 안 된다. 후퇴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상근 목사(에큐메니칼 원로모임 좌장), 안재웅 목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성명옥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여교역자협의회 전임 총무), 정지강 목사(전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이만열 박사(숙명여대 명예교수), 채수일 목사(전 한신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