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와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가 비자금을 조성해 김원웅 회장의 마사지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시민단체 고발에 이어 국가보훈처 감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인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광복회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한 보훈처의 감사 결과자료를 조만간 이첩받아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광복회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야외에서 운영한 카페의 수익금으로 약 61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김 회장 개인적인 용도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해당 카페는 국가유공자 후손 장학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공적 지원을 받아 운영돼 온 터라 문제가 됐다.
또 해당 비자금이 김 회장 한복·양복 구입, 이발, 마사지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높다. 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에 수천만원이 투입되는 등 비자금 중 40%0%가량이 사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훈처는 지난 10일 "광복회 특정감사 결과 국회 카페 수익사업 수익금이 단체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부당하게 사용되고, 골재사업 관련 민간기업에 광복회관을 임의로 사용하게 하는 등 비위가 확인돼 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광복회 개혁모임, 광복회 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은 오는 16일부터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을 진행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광복회는 제보자로 알려진 윤모 전 수익사업담당 부장의 개인 비위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 횡령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인다.
지난 11일에는 "횡령을 저지른 윤 부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국가보훈처는 그 자체가 심각한 위법행위"라며 "윤 부장이 '1000만원을 빌려 오겠다'고 김 회장에게 보고해서 동의를 해준 것이지 이 자금이 국회 카페에서 만든 비자금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는 보도자료 정정요구서를 보훈처에 보내기도 했다.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광복회에서 비자금 조성 등 횡령이 발생한 만큼 경찰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보훈처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한 뒤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보훈처가 일부 구체적인 비자금 사용처까지 확인한 만큼 이를 토대로 횡령 의혹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횡령 가담자나 윗선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광복회 실무진과 김 회장을 상대로도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훈처도 김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사용을 지시 또는 승인, 묵인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필요할 경우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날까지도 보훈처 자료는 경찰로 넘어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료를 받는대로 검토해 신속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