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 이재원)은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14일 발표했다. 한변 소속 변호사들은 이번 재판에서 고 변호사 측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한변은 이 성명에서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사실을 적시해야 인정되는 범죄”라며 “그러나 ‘주의(ism)’란 그런 성질의 언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안에 고소와 기소, 무려 4년여 동안의 재판이 가능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 하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정상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태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의 선언문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한변은 “이번 판결이 이념으로 분단과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정치인에 대한 이념검증을 형사처벌의 협박으로 막으려는 자들에게는 철퇴가 되고, 아울러 체제 전쟁의 최일선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헌신한 이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변에 따르면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변호사는 지난 제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4일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예정에 없던 인사말 요청을 받고, “문재인 후보가 공산주의자임을 확신하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경 고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9월 경 검찰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 변호사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는 2018년 8월 23일 고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적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피고인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문재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는 2020년 8월 27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 변호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족 상잔과 이념 갈등 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고,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갈등 상황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021년 9월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 발언은 피고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인 문재인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 등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문재인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