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4자 TV토론에서 신천지·대장동·주가조작·사드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윤 후보는 '2030 청년정책' 첫 주제 토론에서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중 산하기관 특혜 채용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임대주택 비율을 매개로 선공에 나섰다. 이 후보가 앞세워온 공정이란 가치를 흔들려는 시도다.
그는 "지금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이고 취업이 바늘구멍인데 불공정 채용에 분노하고 계셨는데 시장 재직 시절에 성남산업진흥원을 보면 34대 1 (채용 경쟁률인데) 대부분 선거운동 했던 선대본부장의 자녀나, 시장 인수위 자녀가 일반인이 가기 쉽지 않은데 들어갔다" 며 "공정을 평소에 주장하던 것과 다르지 않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또 "청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일자리 다음으로 주거"라며 "기본주택으로 임대주택 100만채를 공약했던데 대장동 개발 때도 기반시설로 임대주택 부지를 만들어놓고 LH에 팔면서 6.7%만 임대주택 짓고 나머지는 분양주택으로 짓게 하고, 백현동 아파트도 1200세대 허가하면서 임대주택 비율을 10분의 1로 줄였다. 이 후보 대선공약과 너무 차이가 난다. 기본주택 임대주택 100만채가 정말 진정성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이 후보는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도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내세워 역공에 나섰다. 배우자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두 후보가 앞선 토론에서 배우자 등 가족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암묵적인 휴전을 했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첫째로 지금 지적하신 내용이 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에도 감사원에도 감사를 해서 문제가 없고 공개 경쟁 시험을 붙였다"고 맞받았다.
이어 "오히려 이 시점에 지적하면 부인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돼있다는 말이 많은데 후보가 얼마전에 한 말과 달리 수십차례 거래가 있었지 않나. 이 점을 설명해달라"고 역공을 가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뒤 "두 후보께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것은 지금 청년정책을 말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청년 얘기에 한정해서 다른 것은 주도권 토론에서 해 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재명·윤석열 후보간 기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윤 후보는 발언권이 돌아오자 "청년과 무관한 일이지만 답해드리겠다"며 "검찰에서 2년 이상을 관련 계좌와 관계자들을 별건에 별건을 거듭하면서 조사했고, 이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게이트에 비해서 작은 사건임에도 훨씬 더 검찰에서 연인원을 많이 투입했고, 아직까지 문제점이 드러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2010년 5월까지 했다고 하는 것은 재작년에 유출된 첩보에 등장하는 인물과 거래가 그렇다고 했고 벌써 제가 경선 당시에도 계좌까지 전부 다 공개했다"고 부연했다.
사회자가 "청년 정책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다"고 제지했지만 이 후보는 "끝내면 제가 마치 할말이 없는 것처럼 돼서 한말씀 더 하겠다"며 공방을 이어갔다.
그는 "박영수 특검 딸이 돈 받았고,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돈 받았고, 윤 후보 아버님은 집을 팔았다. 나는 공익환수를 설계했고, 국민의힘이 배임을 설계한 것이다. 그쪽이 부정부패를 설계한 것"이라며 "내가 답변해야 하느냐, 윤 후보가 답변해야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윤 후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그는 이 후보의 노동시간 단축 관련 질문에 짧게 답한 뒤 "대장동은 당시 시장인 이 후보가 (추진)한 것이고, 곽상도 의원이든, 박영수 변호사든 간에 여기서 나온 돈 8500억원이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는지 전혀 검찰이 조사도 하지 않고 특검도 안 하지 않냐.이 자금이 지금 누구 주머니에 있고 어디 숨겨져있고 어디 쓰였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이 확실히 돼야 한다"면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윤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대장동에 이어 백현동 50m 옹벽 아파트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중 시행된 사업을 거듭 문제삼았다.
그는 50m 옹벽으로 논란이 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용도변경이 두 번이나 반려되다가 이 후보 법률사무소 사무장이자 성남시장 선거선대본부장을 하신 분이 개발시행업체에 영입되니까 산속에 있는 자연녹지에서 4단계 뛰어서 준주거지가 되면서 용적률이 5배 늘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발언 도중에 "팩트 체크를 하고 (질문) 하라"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팩트체크가 된 것이다. 답변하면 된다"고 받아친 뒤 "특정 업자에게는 수천억의 천문학적 이익을 주고 수천명의 주민들에게는 이 위험한데서 살게 하면서 준공도 안 되게 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상적인가. 본인이 경제 행정의 달인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거듭 캐물었다.
이 후보는 "일단 팩트를 확인하면 사무장이 아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선대본부장은) 2006년 떨어지는 해에 했다. (백현동 사업은) 한참 후에 이뤄진 일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분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 후보가 자신의 답변 시간 동안 '특혜가 왜 이뤄진 것이냐'고 끼어들자 "법률가인데 약속은 지키고 하는게 낫지 않느냐"고 질타하기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해서 세부 내용은 모르는데 관련 규정에 따라 다 처리한 것이고 불법이 있거나 잘못된 것이 결론 난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사실하고 다른 말씀을 한다"고 답변을 평가절하했다.
윤 후보는 "분당 정자동 보면 병원부지 3000평 이것도 상업용도로 용도변경해 줬다"며 "72억원에 취득한 것이 수천억원으로 급상승해서 두산은 이것을 가지고 담보대출 1300억원을 받아서 자금난 해결한다. 그 직후 두산건설은 1년에 21억원씩 42억원을 성남FC에 기부한다.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 재임 중 모인 성남FC 기부금) 165억의 사용처와 성과급이 누구한테 갔는지 밝히라고 했는데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거부하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후보도 새만금가서 원가로 토지공급해 주겠다. 혜택주겠다고 말했는데 제가 하면 특혜냐. 흉물로 남아있던 땅을 바꿔서 기업이 들어오고 세금이 들어오고 300억원 이상 혜택을 환수했는데 잘했다고 칭찬해야지 기업유치를 욕하고 비난하면 되겠느냐"고 맞섰다.
이어 "사실 아닌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경찰에서 3년 6개월 동안 국민의힘이 고발해서 몇 차례 수사한 것이다. 자금 추적 다 했다. 경찰이 다 했다. 사실이 아닌 사실을 가지고 왜 검사가 그러느냐"고 역공을 시도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점을 공격했다. 주류 기독교가 이단으로 지정한 신천지는 윤 후보의 국민의힘 경선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에 신천지 탈퇴한 분이 양심선언을 했는데 신천지 교주가 '윤 후보 덕분에 살았으니 빚을 갚아야 한다. 빨리 입당해서 경선을 도와주라고 했다'고 한다"며 "진짜로 신천지를 압수수색 안한 이유가 뭐냐"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오늘 네거티브를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복지부에서 30만이 되는 신천지 신도가 반발할 경우 관리가 안 되니 강제수사를 조금만 미뤄달라고 해서 중대본과 함께 수사관을 대거 투입했다"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는 대북 선제타격론, 종전선언 등 외교안보 이슈를 두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는 질의에 앞서 "지난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기보다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반문하거나 이렇게 좀 도망가는데 그건 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이 후보는 "시간을 주세요"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남북은 휴전선을 중심으로 약 40개 사단이 대치해있고 방사포, 장사정포, 미사일기지가 구축돼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사실상 종전 상태로 본다면 큰 시각의 차이"라며 "이것을 종전이라고 우긴다면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나"고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어떻게든지 대립을 격화시키려는 의지가 읽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화살을 윤 후보에게 돌렸다.
윤 후보도 "(이 후보가) 통일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잘 지내면 통일 아니냐는 얘기, 또 북한 핵을 인정해주자, 비핵화 굳이 할 것 뭐 있나, 북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3축체제 없애고, 스냅백이라든지 제재를 풀어주고, 종전상태가 아닌데 종전선언을 한다든지, 전작권(전시작전권) 회수하는데 조건이 뭐가 필요있냐든지"라면서 "결국은 친중, 친북, 반미라는 이념적 지향에 단단히 서있다"고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허위 주장을 많이 한다"고 발끈했다. 이어 "제가 북한 핵을 인정하자고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3축 체제가 필요없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정치 개혁 토론 도중 "안타깝게도 양당제도에서는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정치를 한다"며 "그러다 보니까 심지어 윤 후보 같은 경우는 자기를 중용해준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정치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위협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문재인 정부와) 정치 차별화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저는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나는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부족한 건 채우고 잘못된 건 고치고 필요한 건 더해서 진화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위성정당 금지법 제안에 "초과이익환수를 안 하고 누구한테 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주고 초과이익환수법을 나중에 만들자고 하는 얘기와 똑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치 도의와 양식에서 벗어났으면 먼저 책임지는 게 우선이지 무슨 또 법을 만든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고 쏘아붙이는 것으로 응수했다.
두 후보 공방은 토론 종료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무능함과 복수심만으로 우리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다. 무능한 복수자들의 복수혈전의 장이 아니라,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를 선택해 주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어느 후보가 진정성 있는지 잘 판단하셨을 거라고 믿는다. 저 역시 국민들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다"며 "제가 많이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저를 힘차게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