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중대재해법 1호’ 될 듯… 결과 나와도 혼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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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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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삼표산업 3명 사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째인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석재채취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야간 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8분께 골재채취 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내리며 작업자 3명이 매몰됐고 그 중 두명을 구조했으나 사망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국내 건설용 골재업체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기업 1호가 될 것이 유력해지면서 처벌 대상과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모호한 법 조항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 처벌 대상과 의무조치 등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노동자 3명이 숨진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고로 판단하고 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이 사업장에서는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 중 약 30만m³(높이 약 20m)의 토사가 무너지면서 근로자 3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 삼표산업 법인과 양주사업소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추가 입건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곧바로 삼표산업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산업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처벌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중대재해법상 고용부가 수사 권한을 갖는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화학 물질 등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해당 기준을 두고 보면 삼표산업은 중대재해법 위반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법 적용 대상인 기업 규모를 봐도 삼표산업의 경우 근로자가 약 930명으로 추정되며 당장 올해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 요건도 충족시킨다. 실제 고용부는 삼표산업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으로 판단해 중대재해를 판단하는 수사심의위 구성 절차를 건너뛰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 위반 여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4조를 놓고 중점적인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해당 조항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관련 9가지 의무 사항을 담고 있다.

가령 경영책임자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전담 조직을 설치해야 하며,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기 위한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을 해야 한다.

재해 발생 등에 대비해 매뉴얼을 마련하고 제대로 조치했는지 여부도 반기 1회 이상 점검토록 하고 있으며, 도급·용역 시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 및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역시 반기 1회 이상 점검토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해 반기 1회 기준을 적용해 법 시행일(1월27일) 이후 6개월 내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법 시행 이틀 후에 발생한 만큼 점검 자체보다는 제대로 된 매뉴얼과 지침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매뉴얼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법 시행 이후 첫 사고인 만큼 이를 토대로 그간 논란이 일어왔던 경영책임자의 해석에 관한 범위와 의무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명확해질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현재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의무 주체는 대표이사로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을 가진 이다.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담당 이사)도 경영책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삼표산업의 경우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확대 해석할 경우 지주회사격인 삼표그룹의 경영진까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근로자 사망 시 안전 조치 미비 등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법조계 등을 중심으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동안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중대재해법이 처벌 대상을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경영책임자로 지목하면서 법 시행 이전부터 산업계를 중심으로 긴장감은 고조돼왔다.

특히 삼표산업의 경우 지난해에도 두 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자체 안전 조직 등을 동원해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형식적인 매뉴얼은 갖췄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기업은 법에 따라 절차를 마련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매뉴얼이 실제 작동했는지 여부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아직 마땅한 기준이 있지 않아 기업은 법에 따라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고 얘기하고, 수사기관은 이 같은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법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1호 기업이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이고 이에 따른 수사기관의 해석과 집행, 법원의 판단 결과는 추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삼표산업에 대한 특별감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본사 차원의 압수수색에 대해선 붕괴원인 등에 대한 조사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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