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물고 물리는 가시돋힌 설전

첫 대선후보 4자 토론회… 대장동 등 신경전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일 20대 대통령선거 첫 대선후보 4자 TV 토론회에서 가시돋힌 말들을 주고 받으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날 저녁 KBS 본관에서 열린 방송 3사 대선후보 TV 토론회 초반부터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포문은 윤 후보가 먼저 열었다. 그는 첫 질문에서부터 이 후보를 지목해 "우리 이 후보님께서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도시개발로 김만배 등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 시행수익 배당금으로 6400억을 챙겼는데 여기에 관해서 '내가 설계했다', '다시 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후보가 시장으로서 설계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는 "국민 여러분께 국민의힘이 방해하고 저지했다고 하더라도 (개발이익 환수를) 100% 못한 점, 실망드린 점은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했다.

이어 "윤 후보님,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정말 어려운데 지금 말씀하신 것은 제가 일부러 국정감사를 자청해 이틀 동안 탈탈 털다시피 검증했던 사안이고 최근에 언론까지 다 검증했던 것"이라며 "검찰까지 수사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 다시 하면서 시간 낭비보다는 가능하면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 얘기를 많이 하면 어떨까 싶다"고 되받았다.

윤 후보는 물러서지 않고 "지난번 법정에서 김만배씨가 이 설계는 시장의 지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특정인이 배당받을 수 있는 상한선을 씌우지 않고 이렇게 설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파고들었다.

이 후보도 "부정부패는 이익을 준 사람이다. 윤 후보님은 이익을 주셨죠. 저는 빼앗았다. 공공환수를 5800억까지 했다"며 "윤 후보는 관련자들이 (부친의 집을) 사줬잖냐. 저는 아무런 이익이 없었던 점들을 보면 오히려 윤 후보님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맞섰다.

부동산을 주제로 한 첫 주제토론에서부터 치열하게 붙은 두 사람은 주도권 토론에서도 다시 추경 규모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마련을 하면 나머지는 우리 중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누군가가 될 텐데 책임을 질테니까 35조원을 조건 달지 말고 해달라고 할 용의가 있냐"며 조건 없는 35조원 추경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윤 후보는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정해야 국채를 마련하든 초과세수를 쓰든 지출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어디에다가 쓸지도 정하지 않고 35조라는 돈만 갖고 이렇게 정해놓으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후보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냐는 것인데 용처를 먼저 정하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하자 윤 후보는 "추경이 들어올 때 예산이라는 것은 재원과 용처가 정해져야 그게 예산이고 추경"이라고 말했다.

토론 주도권이 윤 후보에게로 넘어가자 다시 대장동 문제가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에 얘기한 것을 보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는 대장동을 개발해서 성남시 몫을 얼마만큼 확보하는지가 문제였고 거기에 맞춰서 설계를 했다고 했다. 시장으로서 당연히 그 개발사업에 비용과 수익은 정확히 인식을 하셨을 것"이라며 개발이익 환수를 못한 설계 책임 문제를 재차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가 주도권 질문자에게 주어진 1분30초의 발언시간을 초과하자 이 후보는 답변기회를 요구하면서 "토론도 그렇고 국가운영에서 규칙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윤 후보의 질문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국민의힘이 막지 않았으면 성남시가 100% 공공개발했을 것"이라고 하자 윤 후보는 "국민의힘이 막을 것도 없고 시장이 한 것인데 국민의힘이 어떻게 막을 것이냐"라며 개발이익 환수 조항을 뺀 설계를 한 이유를 계속 따져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모든 국민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너는 누구의 힘이 막았다고 할지언정 100% 환수하는 것이 맞는데 왜 못했냐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 부족한 것은 사과드리지만 분명한 것은 LH 공공개발을 포기시키고 뇌물 받아먹고 이익 취하고 성남시가 공공개발 못하게 막고 이렇게 했던 국민의힘 또는 윤 후보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감정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윤 후보님은 이것 한번 생각해보셨냐. 저축은행 대출 비리는 왜 봐줬을까, 우연히 김만배가 (윤 후보의) 아버지 집을 샀을까, 내가 입만 뻥긋하면 윤석열 후보는 죽는다는 말을 왜 할까, 업자들과 관련된 관계자가 국민의힘에 밖에 없을까"라고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대장동 설계 책임과 관련해 "여기에 대해서는 답을 못하시네요"라고 했고 이 후보는 "여기는 특검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안보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주제토론에서도 두 사람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왜 사드를 다시 설치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하는 것이냐"며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고 했는데 왜 그 말씀을 계속 하시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했고 이 후보는 "표 얻으려고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안보가 튼튼해야 주가도 유지되고 대한민국 국가 리스크가 줄어든다. 그리고 브룩스 전 사령관의 얘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어트나 저층방어시스템과 연계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고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토론회 후반부 일자리와 성장을 주제로 한 주도권 토론에서도 또 한번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를 상대로 대장동 관련 질의에 집중하던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비전과 관련해 "제가 간단하게 질문할테니까 가급적 짧게 답변 부탁드린다"며 "정부가 해야 하는 재정투자는 어디에 어떤 식으로 쓰실 계획이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정책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며 윤 후보를 비꼬았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 산업전환, 미래 성장동력 육성, 에너지고속도로 등에 대한 구상을 길게 설명하자 윤 후보는 "답변이 길어서 질문을 할 수가 없다"고 말을 끊었다.

한편 이 후보는 자신에게 주도권 질문이 주어지자 환경 관련 시사·전문용어들로 윤 후보에게 면박을 주고자 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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